제23화
심명준은 항성에서 증발하듯 사라졌다.
파산한 데다가 중상으로 평생 장애까지 남긴 뒤로는, 누구도 그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
가끔 자극적인 찌라시 구석에서만 심명준에 관한 뜬소문이 돌았다. 남쪽 변두리의 작은 마을, 혹은 동남아의 이름 모를 나라에서 절뚝거리는 심명준을 봤다는 이야기였다.
멍한 표정으로 서툰 풍경화를 그리면서 겨우 생계를 잇고, 늘 혼자였고, 몰골은 처참했다는 소문이었다.
하지만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길 없는 그 소문은 더는 상류 사회에 아무 파문도 만들지 못했다.
반면 신유리의 세계는 이미 새로운 한 페이지로 넘어가 있었다. 구연우는 여전히 말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흔들림 없이 신유리를 지켜 줬다. 그런 조용한 확신이 신유리의 마음속 마지막 얼음장을 끝내 녹여줬다.
신유리는 그런 구연우의 마음을 받아들였다. 빚을 갚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움직였고 믿게 되었기 때문이다.
구연우는 신유리를 위해 세계가 주목할 만큼 큰 약혼식을 열었다. 장소는 신유리가 상처를 추슬렀던 구연우의 개인 섬이었다. 구연우는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단 하나뿐인 다이아몬드 반지를 신유리의 손에 끼워 주고, 손을 꼭 잡은 채 선언했다.
“신유리는 제 인생의 유일한 사랑입니다. 앞으로 제 아내가 될 사람이고, 구현 그룹의 영원한 안주인입니다.”
그렇게 세월은 고요하게 흘렀다.
그리고 몇 년 뒤, 신유리는 구연우와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오래전의 그곳을 다시 찾았다.
익숙한 산길을 따라 차가 올라가자, 창밖으로는 여전히 번화한 도시가 펼쳐졌다.
태평산 정상에 올라가자 한때 사랑과 증오와 꿈이 뒤엉켜 부서졌던 그 호화로운 별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별장은 이미 주인이 바뀌었고, 정원도 기억 속의 모습과 전혀 달랐다.
뒷좌석에서 아이들이 까르르 웃는 사이, 구연우의 따뜻한 손이 신유리 손등을 덮었다. 신유리는 그 집을 조용히 바라봤다. 낯선 건물을 스쳐보듯, 마음에는 아무런 파문도 일지 않았다.
미움도, 원망도, 그리움도 없었다.
눈물과 배신으로 얼룩졌던 과거는 오래전에 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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