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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나는 고우빈의 말에 말문이 막혀 모든 말이 목구멍에 걸린 듯 답답해서 작게 설명했다. “하지만 내 평판이 안 좋은 것도 사실이야. 여기 있으면 오빠한테 폐 끼칠 것 같아.” 말을 하고는 고우빈의 눈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아, 발가락만 똑바로 내려다봤다. 고우빈이 내 숙인 머리를 내내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한참 만에 머리 위로 한숨이 흘렀다.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얼른 들어가. 내가 잘 자리 찾아 줄게.” 고우빈이 그렇게 말하고 앞서 걸었고, 나는 1, 2초 망설이다가 급히 뒤를 따랐다. ... 저택은 아주 조용했고, 도우미들은 질서정연하게 일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이곳은 편안했다. 연승훈의 텅 빈 별장과 달리, 여기에는 생활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었다. 약간의 페인트가 벗겨진 원목 책장, 가장자리에 검게 탄흔이 남은 아메리칸 벽난로, 그리고 관리가 잘 된 가죽 소파 한 벌. 나는 소파 가장자리에 얌전히 앉아, 위층에 옷 갈아입으러 올라간 고우빈을 기다렸다. 머릿속은 텅 빈 듯 굼뜨게 돌아갔고, 여기 와서는 도통 현실감이 없었다. 이렇게 쉽게 숨 막히던 연승훈에게서 벗어나다니 말이다. 고우빈이 내려왔다. 연한 회색의 홈웨어로 갈아입었고, 길게 떨어지는 바지가 그의 긴 다리를 또렷하게 드러냈다. 윗도리는 넉넉해서 더 친근해 보였고, 그러다 보니 넓은 어깨, 잘록한 허리, 탱탱한... 지금의 고우빈은 정장 입었을 때보다 더 잘생겨 보였다. 사람 전체가 한층 부드러워졌고, 전신에 빛의 고리가 둘러진 듯했다. 나는 멍하니 그를 보다가, 말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그가 내 시선을 정면으로 받으며, 눈빛이 봄물처럼 더 훈훈해졌다. 고우빈이 물었다. “피곤해?”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내 맞은편에 앉아 소개했다. “여기는 내 본가야. 조금 낡았지만 방은 많아.” 그가 잠시 쉬었다가 말을 이었다. “우리 부모님은 아직 해외에서 휴가 중이고, 남동생 둘은 다 해외에 있어. 아까 네가 본 민지는 내 사촌 여동생이야. 해안대학교에서 예술을 해보려고 해서,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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