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침대에 앉아 있으니 마치 꿈꾸는 듯했다. 여기는 그다지 사치스럽지는 않은데, 이상할 만큼 따스하고 편안했다. 도우미가 갈아입을 옷을 침대 가장자리에 놓으며 웃어 말했다. “지안 씨, 도련님이 골라 드린 잠옷이에요. 맞지 않으면 꼭 말씀해 주세요.” 연분홍 잠옷 상하를 한 번 훑어보고 나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한테 감사하다고 전해 줘요.” 도우미는 침대 옆 전화와 욕실 버튼 쓰는 법을 알려 주고는 돌아갔다.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도주은이었다. 도주은이 성을 냈다. “왜 이렇게 오래 전화 안 받아? 나 혼자 식겁했잖아. 연승훈이 너한테 뭐 안 했지? 그리고 네 팔은 어때?” 나는 병원에 간 일정을 간단히 설명했다. 전화 저편에서 도주은이 깜짝 놀랐다. “계 선생님? 계홍명? 정형외과의 명의?! 미쳤다, 너를 구한 그 존잘남은 누구야? 인맥이 장난 아닌데?” 나는 잠깐 생각했다. “자기는 이름이 고우빈이라 그랬어. 우리 오빠랑 동창이래.” “아아아아...” 전화기 너머로 도주은의 비명이 터졌다. “뭐? 뭐라고 했어? 고우빈? 너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 이름 맞아. 왜?” 한참이나 숨을 고른 뒤 도주은이 말했다. “고우빈! 너 검색해서 찾아봐! 지금! 당장! 바로!” 나는 검색해 보고 멍해졌다. 동시에 숨이 조금 가빠졌다. “내가 본 첫 번째 결과, 그거 맞아?” 도주은이 헐떡이며 물었다. “너 지금 마틴 빌리지라고 그랬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여기 풍경 정말 좋아. 주변에 다른 집도 없고.” 도주은이 또 비명을 질렀다. “당연하지! 다른 집이 있을 리가! 마틴 빌리지 주변 산 몇 개가 다 고씨 집안 거야! 대대로 내려오는 땅! 그 사람들의 땅에 남이 집을 지을 수가 없지. 세상에, 이 바보야! 너 진짜 복을 받았네! 너 귀인 만났어.” 나는 도주은의 두서없는 말들 속에서 마침내 고우빈의 내력을 알아들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고씨 가문은 재벌 중의 재벌이었다. 고씨 가문은 아주 오래전부터 해안시에서 터를 잡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