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오빠 얘기가 나오자 나는 시무룩해졌다. “엄청 대단해. 우리 오빠는 어릴 때부터 유씨 가문의 자랑이었어.” 도주은이 툭 잘랐다. “그럼 연승훈은? 그 인간은 대단하지 않아?” 연승훈 얘기만 나오면 온몸이 근질거렸다. “그 사람 얘기는 하지 말자, 응?” 도주은이 목소리를 낮췄다. “좋아, 일단 네 오빠부터. 네 오빠는 해안시에서도 신흥 재계 스타고 이름값 꽤 해. 연승훈은 간신히 후발 주자쯤? 근데 둘을 합쳐도 고우빈 앞에서는 그림자도 못 돼!”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게까지 과장해? 우리 오빠 진짜 대단한데, 고우빈보다 못하지 않아.” 도주은이 코웃음 쳤다. “네 오빠가 못하다는 말 아니야. 너희 유씨 가문 내공이 고씨 가문만 못하다는 거지. 못 믿겠으면 더 찾아봐.” 나는 말을 삼켰다. 유씨 가문 규모가 어떤지 나는 잘 안다. 고씨 가문과 견주면 확실히 몇 배는 작다. 도주은이 다시 킥하고 웃었다. “됐고, 네 눈에는 지금껏 연승훈만 있었어. 다른 남자들 전부 눈에 안 들어왔었다고. 그래도 지금은 머릿속 물이 좀 빠지는 중이니까 다행이다. 이제 고우빈이 네 편 들어 주니 슬슬 운세도 바뀌겠네.” 전화기 너머에서 그녀가 못된 웃음을 흘렸다. “네가 그 개같은 연승훈 걷어차고, 고씨 가문 큰아들이랑 뭔가 잘되기라도 하면 나도 덕 좀 볼 텐데.” 나는 귓불이 뜨끈해졌다. 그래서 바로 도주은의 망상을 끊었다. “그만. 그 사람은 오빠 때문에 나를 도와주는 거야. 다른 뜻 없어.” 도주은이 뭔가 더 말하려는 순간 방문이 두드려졌다. 나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문을 열자, 해 질 무렵 대문 앞에서 나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던 그 소녀가 시큰둥한 얼굴로 서 있었다. 그녀는 대뜸 말했다. “유지안 씨, 당장 나가요. 여기는 유지안 씨 같은 사람 환영 안 해요.” 머리가 지끈거렸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저는 민지 씨가 누군지도 몰라요. 꼭 저한테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요?” 김민지가 묘한 눈빛으로 나를 훑더니 비웃었다. “유지안 씨가 나를 모르는 건 알아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