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화
나는 머쓱하게 웃었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오빠가 오면 우빈 오빠가 나한테 잘해줬다고 꼭 말할게. 그러면 오빠가 크게 한턱낼 거야.”
그러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고우빈 같은 사람을 밥 한 끼 대접하는 건 격이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급히 말을 바꿨다.
“아니, 밥은 말고... 좋은 프로젝트를 우빈 오빠한테 맡기게 할게.”
그러자 고우빈의 눈빛이 한층 깊어졌다.
“그렇게 나를 보답하겠다고?”
그 말에 나는 멍해졌고 고우빈은 가볍게 웃으며 내 머리 위를 툭 하고 쓰다듬었다.
그건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듯 부드러운 손길이었다.
“그렇게까지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 네 오빠가 아니어도 네 일이라면 난 도와줬을 거야.”
나는 얼떨결에 물었다.
“왜?”
그가 장난스럽게 눈을 깜빡였다.
“벌써 잊었어? 난 네 나무 오빠잖아.”
나는 완전히 혼란스러워졌지만 그는 굳이 더 설명할 생각이 없어 보였고 잠시 안부만 나누고는 방을 나섰다.
나는 침대에 누워 멍하니 링거 약병을 바라보며 온갖 생각을 했다.
하지만 결론은 하나도 나지 않았고 머릿속이 완전히 텅 비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연승훈과의 과거뿐 아니라 어릴 적 고우빈에 관한 기억도 흐릿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저 몇 장면만 희미하게 남아 있었고 그중 하나가 내가 고우빈을 나무 오빠라고 부르던 기억이었다.
그 외의 모습은 거의 전부 안개처럼 흐릿한 상태였다.
고우빈의 말투로 보면 우리 사이는 아주 친했던 것처럼 들렸다.
‘내 착각일까? 그저 오빠와 친해서 나를 각별히 챙기는 걸까?’
나는 침대 옆 약병을 뚫어지게 보며 한숨을 내쉬었고 약물이 이렇게나 많으니 한동안은 꼼짝없이 누워 있어야 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땐 벌써 밤 8시가 넘었고 간호사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링거를 빼고는 잠시라도 산책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급히 화장실로 갔다.
얼굴을 씻고 거울을 보니 창백한 피부에 부기가 올라와 있었다.
덕분에 원래 날카로웠던 얼굴선에 살짝 아기살 같은 부드러움이 생겼다.
볼을 꼬집자 익숙한 촉감이 돌아왔고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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