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화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둔 것처럼 연승훈은 한참이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루함에 전화를 끊으려던 찰나 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지안아, 그건 오해야. 오늘이 진슬기 생일이라서 그냥 생일 저녁을 같이 먹은 거야. 그리고 전에 약속했던 선물을 준 거고... 난 정말...”
나는 가볍게 웃었고 말하는 내 표정에는 무심한 여유가 깃들어 있었다.
“연 대표님, 덕분에 확실히 알았네요. 제가 이 결혼에서 얼마나 완벽한 바보였는지... 이런 변명은 이제 술술 나오네요?”
“전부 오해야. 우리는 사실 아무 사이도 아니야. 네가 괜히 의심하는 거야. 그만해. 쓸데없이 소란 피우지 마. 하하...”
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연 대표님, 오늘 밤 진슬기 씨와 즐거운 밤이 되길 바라고... 진슬기의 생일에는 앞으로도 늘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은 뒤, 그 번호를 그대로 차단 목록에 올렸다.
그러자 세상이 다시 고요해진 것 같았고 나는 침대 옆에 놓인 컵을 들어 물을 크게 한 모금 마셨다.
‘정말 너무 피곤해. 내 인생에서 연승훈이 사라진다면 이렇게 지치진 않을 텐데...’
그때,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방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자, 막 회사에서 돌아온 고우빈이 단정한 차림으로 서 있었고 오늘은 평소와 달리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검은색 실크 소재의 맞춤 슈트가 길고 탄탄한 그의 몸 선을 완벽하게 감싸고 있었고 콧날 위에는 금테 안경이 걸려 있었고 고급스러운 재질의 슈트와 깊은 남색 줄무늬 넥타이가 태생적으로 타고 난 고우빈의 기품을 한층 빛나게 했다.
머리를 깔끔하게 뒤로 넘겨 훤히 드러난 이마에 완벽한 골격과 곧게 뻗은 콧대, 그리고 책향기 어린 듯한 금테 안경을 낀 눈앞의 남자는 정말 눈부시게 잘생겼다.
나는 순간 넋이 나갔다.
‘이제는 말을 바꿔야겠네. 고우빈이 제대로 꾸미면 연승훈은 비교조차 안 돼.’
그가 이전에 조금 친근하고 부드럽게 다가왔던 건 자신의 빛을 일부러 감췄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고우빈은 기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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