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화
나라고 어찌 화가 안 날 리가 있겠는가...
비록 연승훈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해도 아직 이혼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여자와 데이트하고 꽃과 다이아몬드 반지까지 선물했다면 어느 여자라도 분노할 일이다.
나는 기억을 잃기 전의 내가 어떻게 진슬기 같은 수법에 번번이 당해 무너졌는지 쉽게 상상이 갔다.
“당연히 화나지. 하지만 화내면 진슬기의 계획대로 가는 거잖아? 주은아, 너도 흥분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 두고 보자. 어떻게 더 추태를 부리나.”
도주은은 한동안 말이 막힌 듯 조용했다가 입을 열었다.
“지안아, 나는 네가 너무 안쓰러워.”
그녀의 목소리에는 울음이 섞였다.
“넌 정말 이토록 좋은 사람인데 연승훈은 왜 널 사랑하지 않는 거야? 진슬기는 속이 뻔히 보이는 사람인데... 왜 아무도 그걸 모를까... 난 그게 너무 화가 나.”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도주은은 여전히 잔소리를 이어갔지만 내 마음은 점점 잔잔해졌다.
“주은아, 정말 나를 위한다면... 이제 연승훈 얘기는 하지 말아 줘.”
“지안아, 너 진짜 괜찮은 거야? 예전에는 연승훈이 뭘 해도 끝내 울면서 용서했잖아. 근데 네가 이렇게 차분하니까 난 오히려 더 걱정돼.”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아마... 나도 이제 지친 거겠지.”
이후로는 오히려 내가 도주은을 달래느라 입이 바짝 말랐고 그제야 그녀는 내가 예전과 다르다는 걸 믿는 듯했다.
전화를 막 끊었을 때, 갑자기 휴대폰이 또 진동했다.
낯선 번호를 보자 나는 미간을 찌푸렸고 왠지 받지 말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연락처를 열어보니 저장된 이름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카톡 친구도 수십 명밖에 남지 않았다.
기억을 잃기 전에 내 인간관계가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그대로 드러나는 듯했다.
휴대폰은 계속 진동했고 결국 나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누구시죠?”
하지만 전화기 너머로 거친 숨소리만 들려왔고 순간 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누구세요? 말씀 좀 하시죠.”
잠시 후, 들려온 건 연승훈의 낮게 깔린 목소리였다.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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