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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연승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유지안, 우리 이혼 안 하면 안 될까?” 나는 처음에 내 귀를 의심했다. ‘내가 잘못들은 건가?’ 하지만 이내 연승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유지안, 우리 이야기 좀 제대로 하자. 이혼을 장난처럼 생각하지 마.” 나는 침묵했다. 그는 내가 말이 없자 계속 설득했다. “처음 너랑 결혼한 건 나도 화풀이였던 걸 인정해. 하지만 지난 5년간 우리가 함께 겪은 비바람이 다 무슨 의미였는데? 왜 제대로 살 수 없는 거야?” 연승훈의 목소리는 진심 어린 애절함과 체념이 섞여 있었다. “유지안, 내가 많이 부족한 건 알아. 그래도 이러지 마. 돌아와 줘.” 나는 전화를 끊고 그 낯선 번호를 다시 차단했다. 그리고 착하게 2층으로 올라가 방 안 가득 어질러진 명품들을 바라보다 핸드폰을 꺼내 도주은이 알려준 중고 거래 앱을 깔았다. 그리고 물건을 하나씩 사진 찍어 올렸다. 열여덟 살의 유지안에게는 뜨겁고 격렬한 사랑이 필요했다. 스물다섯 살의 유지안은 사랑 때문에 너무도 가혹한 대가를 치렀고 하마터면 목숨까지 잃을 뻔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오직 ‘돈’이 필요했다. 큰돈, 연승훈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돈. 나는 너무 몰두한 나머지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초인종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휴대폰을 보니 벌써 해가 지고 있었고 나는 속으로 ‘망했다’고 생각했다. 문을 열어보니 고우빈이 양복 차림으로 서 있었다. 그는 깨끗한 백합 꽃다발을 안고 있었다. 연회색 슈트에 활짝 핀 백합을 품은 그는 너무 우아하고 깔끔해서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고우빈은 어질러진 바닥과 헝클어진 내 머리, 화장기 없는 얼굴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바보야, 뭐 하느라 그렇게 바빴어?” 나는 얼른 고우빈을 집 안으로 들였다. “잠깐만 기다려. 세수하고 옷 갈아입을게.” 나는 급히 욕실로 들어가 하얀 원피스를 하나 집었다. 어질러진 가방 속에서 개봉하지 않은 화장품 한 통도 찾아냈다. 나는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형편없는 화장 솜씨로 가까스로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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