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화
오혜정이 말했다.
“아, 마침 고 대표님이 오셨나 봐요.”
문이 열리자 또 한 아름의 분홍빛 향수 백합이 들어왔다.
백합은 장미보다 꽃이 훨씬 커서 한 아름 가득하니 그 크기가 압도적이었고 오혜정도 깜짝 놀랐다.
물론, 나 또한 너무 놀랐다.
꽃을 배달한 아저씨는 우리에게 서명을 부탁하며 말했다.
“오는 길에 사람들이 많이 쳐다보더라고요. 혹시 생일이신가요?”
나는 멍하니 대답했다.
“정말 저한테 보내는 건가요? 혹시 착오가 생긴 건 아닌지...”
배달 아저씨가 물었다.
“유지안 씨 맞으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는 주소와 이름을 다시 확인한 뒤 웃으며 말했다.
“그럼 틀림없네요. 전 다음 주문받으러 가봐야 해서 이만.”
그는 말하자마자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오혜정과 나는 두 커다란 꽃다발을 마주 보며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녀가 입을 떼기도 전에 나는 바로 말했다.
“이건 고 대표님이 보낸 게 아니에요.”
나는 곧장 방으로 가서 고우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 꽃들 오빠가 보냈어?]
그러나 한참 동안 기다려도 답장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터벅터벅 걸어 거실로 돌아왔더니 오혜정이 이미 분리해 놓은 장미를 병에 꽂아두고 있었다.
문득 머릿속에 누군가가 스쳤다.
나는 핸드폰을 들어 망설이며 한 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유지안?”
수화기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다시 걸려 왔고 차단하려던 순간 잠시 고민하다가 받았다.
“여보세요?”
연승훈의 목소리는 무척 가벼웠다.
“왜? 유지안, 드디어 마음 정리했어?”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죠? 그냥 물어볼 게 있어서 전화했어요.”
연승훈이 대답했다.
“변명하지 마, 유지안. 마음 정리한 거 내가 다 알아.”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조금 부드러운 말투로 다시 말했다.
“우리 얘기 좀 하자. 이번에는 조건 다 들어줄 테니까 제발 더 이상 싸우지 말자.”
나는 그 말에 역겨움을 느꼈다.
“전 싸운 적 없어요!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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