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화

나는 고우빈이 내 머리를 쓰다듬는 걸 꽤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마치 털이 곤두선 고양이를 달래는 것처럼. 곧 고우빈이 말했다. “내가 출장 가 있는 이틀 동안은 진 비서한테 연락해. 그리고 제발 사고 치지 마.” “응, 알았어.” 나는 순순히 대답했다. 고우빈은 말을 마치고 양복 재킷을 집어 들었고 마침 부엌일을 마친 오혜정이 나왔다. “어머, 고 대표님 벌써 가세요? 조금 쉬었다 가시지.”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지만 고우빈은 예의 바르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앞으로 며칠 동안 출장을 가야해서... 지안이 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오혜정은 마치 사위를 보는 듯, 환하게 웃었다. “그럼요. 그럼요! 지안 씨는 제 딸처럼 예쁘고 착하니 말씀 안 하셔도 제가 잘 챙길 거예요.” 그제야 고우빈은 미소를 띠며 내게 낮게 말했다. “집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내가 돌아올 때까지.”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고 귀가 단번에 달아올랐다. 그가 떠난 뒤에도 오혜정은 계속 칭찬을 늘어놓았다. “고 대표님 정말 신사에다 품격이 넘치네요. 봐요, 이렇게 지안 씨를 챙기는 거 보면 지안 씨도 참 복 있는 여자인 것 같아요.” 나는 너무 민망해져 얼른 방으로 도망쳤다. 저녁 열 시쯤, 도주은이 큰 가방을 들고 도착했고 나는 서둘러 그녀의 짐을 풀어줬다. 곧 집을 둘러보던 도주은이 감탄했다. “와, 집 진짜 좋다. 이거 고 대표님이 마련해 준 거지? 이렇게 큰 집에 너 혼자 산다고? 이거 완전 궁궐 아니야? 중전을 숨기기 위한 왕의 계획 같은 건가?” 나는 재빨리 도주은의 입을 막았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나랑 오빠 연애 안 해.” “알았어.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도주은은 인정했지만 어쩐지 그 말투가 더 수상하게 들렸다. 다행히도 그녀는 그냥 장난 삼아 한 말이었고 곧 자기 방이 될 게스트룸을 둘러보며 신이 나 방방 뛰었다. “야, 유지안! 나 앞으로 너만 따라다니기로 마음먹었어. 넌 진짜 타고난 부자 팔자인 것 같아. 봐, 연 대표님 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