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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화

차건우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물었다. “어디 가는데?” “내가 말했잖아. 하루 정도는 다른 곳에서 자라고.” 차건우는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 “가고 싶으면 너나 가. 난 안 갈 거니까.” “야...” 서아라는 답답한 마음에 이를 꽉 깨문 채 조용히 화를 눌렀다. 차건우는 그런 서아라를 철저히 무시한 채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마친 후, 서재로 들어가 남은 업무를 처리했다. 10시 반쯤 되자 차건우가 방으로 돌아왔다. 서아라가 조명을 모두 꺼 버린 탓에 방 안은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 문가에 한동안 서 있던 차건우는 조명을 켜는 대신 달빛에만 의지해 소파로 걸어가 몸을 뉘었다. 밤은 그렇게 조용히 깊어갔다. ... 그 상태로 며칠이 더 흘렀다. 서아라와 차건우의 사이는 기이할 정도로 평화로웠다. 두 사람은 서윤정의 앞에서 다정한 부부인 척 연기했다. 하지만 그녀가 자리를 뜨는 순간, 두 사람은 다시 대화를 잃고 표정을 차갑게 굳혔다. 차건우 역시 더 이상 서아라에게 스킨십을 하지 않았다. 서아라는 오히려 그런 점이 한결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날,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던 서아라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서윤정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아라야, 집에 도착했어?” “아직이요. 방금 퇴근해서 집까지 가려면 아직 더 걸려요.” 서윤정이 웃으며 말했다. “네 오빠가 Z국으로 놀러 갈 예정이라고 하는데, 거긴 나도 가본 적이 없잖니. 그래서 너희 오빠랑 같이 며칠 동안 여행이나 다녀오려고. 지금 비행기 탈 건데, 너한테 전화는 해야 할 것 같아서.” “네, 엄마. 잘 다녀오세요. 돌아올 때 다시 전화 주시면 제가 공항까지 마중 나갈게요.” “그래, 알겠어.” 짧게 통화를 마친 서윤정은 전화를 끊었다. 서윤정이 여행을 떠났으니, 당분간은 집으로 들어오지 않을 터였다. 서아라는 그제야 차건우와 한 공간에서 억지로 지내야 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 생각에 서아라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녀는 핸들을 꺾어 자기 아파트가 있는 곳으로 차를 돌렸다. 하지만 멀지 않은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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