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0화
역시 고서준은 서아라가 아무 이유 없이 억울하게 당하고만 있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아라야, 방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서아라는 차건우의 질문에는 대답하고 싶지 않았지만 고서준의 질문에는 그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대답해 주고 싶었다.
그녀는 이미 이런 의심과 해명에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서아라는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옆에 있던 휴대폰을 집어 들더니 손가락으로 가볍게 화면을 터치했다.
곧이어 한 영상이 재생되었다.
귀를 찌르는듯한 윤수아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휴대폰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서아라! 이 살인자!”
그리고 흔들리는 화면 속에서 윤수아가 컵을 집어 들어 서아라에게 물을 뿌리는 장면이 보였다.
컵에 담겨 있던 물이 카메라 렌즈에 튀자 화면은 순식간에 흐려졌다.
차건우는 뒤늦게 자신이 병실 안으로 들어서던 그때, 서아라의 머리카락과 이불에 물기가 흥건했던 것을 떠올렸다.
서아라가 화면의 물기를 닦아내자 윤수아는 무작정 서아라를 손가락질하며 막무가내로 욕설을 퍼붓더니 팔을 들어 그녀의 뺨까지 때리려 했다.
하지만 서아라의 방어에 의해 그 공격은 먹히지 않았다.
그러자 윤수아는 소리를 지르며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을 더 퍼부어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서아라가 손을 놓아주자 안간힘을 쓰고 있던 윤수아가 혼자 중심을 잃고 테이블에 부딪혔다. 그 충격으로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컵과, 뒤에 서 있던 하지민까지 함께 넘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영상이 종료되었다.
병실 안의 공기는 순식간에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차건우는 어둡게 가라앉은 칠흑 같은 눈으로 하지민을 바라보았다.
“지민아, 이게 다 사실이야?”
잠시 멍하니 서 있던 하지민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라 씨는 날 민 적 없어.”
“그 말, 아까는 왜 안 했어?”
하지민의 눈시울이 다시 붉어지더니 억울하다는 듯 말을 꺼냈다.
“나는 그냥 교통사고에 대해 묻고 싶어서 온 거야. 내 실수로 넘어져 놓고 아라 씨 탓으로 돌릴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고.”
그 말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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