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1화
서아라는 무덤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굳이 수아 씨가 사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그러자 윤수아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반짝였다.
“건우 오빠, 아라 씨가 그러잖아. 내가 사과할 필요 없다고...”
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아라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어차피 사과한다고 해도, 내가 용서해 줄 일은 없을 거니까요. 그렇게 억지로 마지못해 하는 사과라면 차라리 물이나 몇 컵 더 맞아보는 게 낫지 않겠어요?”
윤수아는 눈을 부릅뜨더니 손가락으로 서아라를 가리켰다.
“서아라! 해도 해도 너무하는 거 아니야?”
하지만 서아라는 여전히 침대에 기대앉아 태연한 목소리로 맞받아쳤다.
“나한테 물 끼얹을 때는 그 생각 못 해봤나 봐요? 이제 본인이 맞을 차례가 오니까 너무한 것 같죠? 윤수아 씨, 이중잣대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그 말에 윤수아의 얼굴은 이미 분노로 한껏 일그러져 있었다.
그녀가 성큼 앞으로 다가와 서아라에게 따지려 하자, 고서준이 막아서며 말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 보고 있는데도 감히 아라한테 손을 대려 하잖아요. 평소에 얼마나 제멋대로였는지 대충 알만하네요. 그쪽이 이렇게까지 기고만장할 수 있었던 건...”
고서준의 시선이 차건우를 향했다. 그의 눈빛에는 비웃음이 한껏 서려 있었다.
“전부 건우 씨가 묵인하고 감싸준 덕분이겠죠. 차건우 씨, 일방적으로 지민 씨 편 들어주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그 친구까지 감싸고 도는 거예요? 지민 씨랑 연관만 있으면 개나 소나 다 아라 머리 위에서 함부로 날뛰어도 된다는 건가요?”
항상 온화하고 예의 바른 고서준이 이런 식으로 화를 내는 건 드문 일이었다. 그만큼 진심으로 분노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차건우가 굳은 얼굴로 침묵을 지키다가 말을 꺼냈다.
“이렇게 된 이상, 아라가 말한 대로 하지.”
윤수아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건우 오빠...”
하지만 차건우는 그녀가 아닌 서아라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몇 컵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해?”
잠시 생각하던 서아라가 가벼운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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