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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그래서일까, 서아라의 비서가 참으로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상사를 위해 희생양이 되어야 하니 말이다. 정작 본인은 억울함을 호소해도 소용없었다. 설령 바다에 몸을 던져도 결백을 씻어낼 수 없을 지경이었다. 김다정의 조금 전 말은 거의 대놓고 서아라와 선을 긋고 적대감을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오늘은 기어코 이 일을 서아라에게 끼얹겠다는 의지가 분명했다. 부정할 수 없는 건, 김다정의 수법이 상당히 노련하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서아라의 비서였다. 서아라는 자신을 겨누리라곤 생각도 못 했기에 방심하고 말았다. “하, 이 와중에도 김 비서님은 서아라 씨 편을 드네요. 우릴 다 바보로 아는 거예요?” 윤수아는 길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서아라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서아라 씨, 오늘 이 일에 대해 더 얘기할 거 있나요?” “해야 할 말은 이미 다 했어요.” 서아라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차분하게 답했다. “제가 아니라고 했으니, 아닌 거예요.” “서아라 씨, 방금 당신의 말 한마디로 다 부정한다니요. 그건 좀 웃기지 않아요?” 서아라는 곧장 그녀의 눈을 마주했다. “그렇다면 윤수아 씨는 당신 혼자만의 추측으로 제 불륜을 단정 짓겠다는 거군요?” 윤수아의 얼굴색이 달라졌다. “이건 추측이 아니에요. 사실이 눈앞에 있잖아요! 당신이랑 헨리 씨가 한참이나 같은 칸 안에 있었어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가 알아요? 이 정도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요?” 서아라는 물러서지 않았다. “윤수아 씨 말대로라면 헨리 씨 얼굴은 왜 그 모양이 되었을까요?” “아마도 불륜이 들통날까 봐 두려워서 책임을 피하려고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만든 거겠죠.” “윤수아 씨, 하지만 이 모든 게 결국 추측 아닌가요?” 이때 하지민이 끼어들었다. “하지만 합리적인 추측이죠. 사실대로 말하자면, 아까 저랑 수아가 화장실 안에서 남자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우리가 들어가려 했지만 아라 씨 비서가 계속 막았어요.” 하지민은 휴대폰을 꺼내 녹음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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