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1화
서아라는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었다. 차건우가 시간을 끌며 얼버무리는 수법에 넘어갈 만큼 순진하지도 않았다.
“그럼 적어도 언제쯤 시간 낼 수 있는지는 말해줘야 하지 않겠어? 최소한 기한은 정해 줘야지.”
차건우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 무심하게 세 글자를 흘렸다.
“모르겠다.”
서아라의 인내심이 터져 나왔다.
“지민 씨 문제 해결할 시간은 있으면서 정작 이혼할 시간은 없어?”
그제야 차건우가 고개를 돌렸다. 차갑게 내려다보는 눈빛은 마치 설산 밑의 빙수가 쏟아져 내린 듯 싸늘했다.
“네가 감히 지민이랑 비교가 돼?”
서아라의 심장이 와락 죄어들었다. 마치 수천 개의 가느다란 바늘이 한꺼번에 찔러대는 듯,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아팠다.
‘그래, 애초에 감히 비교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지.’
서아라는 고개를 들고 차건우의 눈을 곧장 바라보더니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왜 이혼은 안 해? 설마 남의 거 훔치는 짜릿함이 더 좋다는 거야?”
차건우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지만 눈빛에는 웃음기라고는 없었다.
“서아라, 너 이혼만 할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는 거냐?”
서아라는 그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렸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네가 그렇게만 알아둬.”
차건우의 검은 눈동자가 금세 어두워졌다. 그가 생각한 건 단 하나, 서아라가 무자비하게 없애버린 그 아이였다. 눈빛 속에는 서늘한 살기가 번져 나왔다.
차건우는 혐오 어린 시선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내뱉었다.
“걱정하지 마. 나도 너처럼 독한 여자 더 이상 보고 싶지도 않으니까.”
차건우가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서아라를 경멸하는 눈빛을 보인 건 오랜만이었다.
그 눈빛을 마주한 서아라는 잠시 얼어붙었다.
차건우는 더 이상 한마디도 덧붙이지 않고 성큼성큼 엘리베이터를 나섰다. 남은 건 싸늘하게 식어버린 그의 뒷모습뿐이었다.
...
다음 날 아침, 서아라가 회사 건물 앞에 도착했을 때 이미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한곳에 몰려 있었다. 출근 시간이 채 십 분도 남지 않았는데 이렇게 인파가 모여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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