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1화
서아라는 어젯밤까지 자신과 잠자리를 했던 이 남자가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다른 여자와 감정을 쌓고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아니면 이걸 남자의 본능이라고 하는 걸까?
서아라는 이 상황이 분하고 또 우습기도 했다.
그녀는 차건우를 굳게 믿었고 또 자신과 마지막까지 갈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서아라의 마음은 칼로 도려낸 듯 아팠고 찬 바람이 몰아치듯 손발도 차가워지더니 그 순간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녀는 마음에 흉터가 생겨 아픔을 잊은 줄은 모르고 더는 아프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서아라는 낮은 소리로 웃기 시작하더니 점차 시선이 흐려지면서 눈물이 방울방울 그녀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여덟 시 반쯤 되자 차건우가 집으로 돌아왔다.
별장에 들어서자 그는 여민정이 한숨을 내쉬며 식탁 위에 그대로 놓여있던 음식을 다시 주방으로 들고 가는 것을 보았다.
차건우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물었다.
“아라가 저녁을 안 먹은 거예요?”
여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모님은 외출하고 집으로 돌아온 후 내려오지도 않으셨어요. 제가 몇 번 찾아 올라갔지만 저를 상대해 주지도 않으시더라고요.”
차건우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더니 말했다.
“음식을 다시 덥혀놔요.”
“네.”
차건우가 방에 들어서자 서아라는 창문 앞에 서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뒤로 가서 큼직한 몸집으로 살며시 서아라를 감싸안으며 말했다.
“왜 저녁을 안 먹은 거야?”
서아라는 그를 등지고 서 있어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네가 돌아오면 같이 먹으려고.”
“저녁에 일 있어서 먹고 들어온다고 말했잖아.”
서아라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차건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내려가자. 같이 먹을게.”
서아라는 고개를 돌리더니 입가에 묘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더 먹을 수는 있는 거야?”
“너랑 같이 조금은 먹을 수 있어.”
서아라는 장난치듯 말했다.
“하지민 씨가 그렇게 많은 요리를 준비해 줬기에 배불리 먹고 온 줄 알았는데.”
그녀의 말에 차건우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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