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9화

황민재는 잠시 멍하니 차건우을 바라보다가, 곧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사모님께서 많이 지치신 것 같습니다. 돌아오는 길 내내 거의 자고 있으셨습니다. 차량이 집에 도착해서도 그대로 주무셔서 제가 조심스레 깨웠습니다.” 차건우의 시선이 잠시 허공에 머물렀다. “... 알았다. 그만 나가 봐.” 짧은 말투, 무표정한 얼굴. 하지만 황민재는 오랜 세월 차건우를 곁에서 지켜본 사람이었다. 아무리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지만, 지금 차건우의 내면이 심란하다는 건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차건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으나 눈동자 깊은 곳에서 피할 수 없는 불편한 기류가 엿보였다. ... 밤. 퇴근을 마친 차건우는 평소와 다름없이 정확한 시간에 집으로 돌아왔다. 식탁에는 이미 저녁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지만, 차건우가 찾는 익숙한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서아라는 어디 있죠?” 차건우가 무심한 듯 물었다. 곁에 있던 여민정이 급히 대답했다. “사모님께서는 돌아오시자마자 방으로 들어가셨습니다. 많이 피곤하신 듯 보였고, 지금까지 계속 쉬고 계십니다.” 차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무심한 표정이었지만, 발걸음은 곧장 2층으로 향했다. 차건우는 손잡이를 돌려 조용히 문을 열었다. 방 안은 온통 어둠에 잠겨 있었고, 창문으로 스며든 희미한 빛이 겨우 실루엣만을 드러내고 있었다. 침대 위, 이불 아래로 작은 몸이 고요히 웅크려 있었다. 차건우는 그제야 굳었던 미간을 살짝 풀었다. 차건우의 발걸음은 본능처럼 조용히 침대 앞으로 향했다. 여전히 잠든 듯, 서아라는 차건우의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다. “아라.” 차건우는 낮고 부드럽게 불렀다. “잠깐 일어나서 밥 먹고 자는 게 어때?” 서아라는 기척에 몸을 살짝 뒤척였다. 그러나 이내 싫다면서 등을 돌리며 이불을 당겼다. “... 안 먹을래.” 피곤에 젖은 목소리는 나른하면서도 탁하게 갈라져 있었다. “너 먼저 먹어. 굳이 날 기다릴 필요 없어.” 차건우의 눈빛이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점심도 굶었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