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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전에 건우 씨가 아라 씨에게 했던 걸 보고, 저는 당신이 건우 씨 마음속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 보니, 그저 그런 존재였을 뿐이네요. 하루 밤낮 사라져도 전화 한 통, 문자 한 줄 외엔 아무런 반응도 없다니. 차씨 가문의 안주인이라면서 참으로 한심하군요.” 서아라는 흐릿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피로와 초췌함이 드러났고, 두 눈은 생기가 사라져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듯했다.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의 말이 귀에 들어오는지조차 알 수 없을 만큼 표정은 멍했고, 초점 잃은 눈빛만 허공을 떠돌았다. 그 모습을 본 심은우는 잠시 자신의 옛 상황을 떠올린 듯, 어딘가 안쓰러운 기색을 보였다. “남자란 게 다 그렇죠. 결국 새것을 좇고 오래된 건 버리는 법이에요. 건우 씨도 다르지 않네요. 신분으로나 그에게 줄 수 있는 도움으로나, 아연 씨는 최적의 상대죠. 게다가 미모도 당신과 못지않으니, 그런 여자를 마다할 이유가 있겠어요.” 서아라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나 바보인가 봐.” “처음엔 아라 씨를 납치해 건우 씨를 괴롭히려 했어요. 그런데 보니, 건우 씨 마음엔 이미 당신이 없네요. 제가 당신을 죽인들 오히려 그들이 더 편해질지도 몰라요. 성가신 짐을 치워줬다고 고맙다고 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요.” 서아라의 목소리는 연기처럼 가늘고 옅었다. “하지만 건우는 의리가 없는 남자는 아니에요. 은혜를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요.” 심은우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서아라는 섬뜩한 미소를 띠며 속삭였다. “대통령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죠. 저라는 존재는 건우에게 짐일 뿐이에요. 제가 사라진다면 건우는 아무 망설임 없이 아연 씨를 택하겠죠.” 그 눈빛을 마주한 심은우는 설명하기 어려운 기묘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됐어요.” 그는 시선을 흘기며 담담히 말했다. “어차피 아라 씨 실종조차 눈치채지 못한 사람이에요. 당신은 제가 돌려보낼게요. 다만 그 뒤의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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