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4화
서아라는 차가운 눈빛으로 의기양양한 천아연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휴.”
천아연은 안타까운 듯 서아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감정에 휩쓸려 이런 무모한 짓을 하지 않다면 끝까지 차건우의 아내 자리를 지킬 수 있을 텐데, 아쉽게도 결국 참지 못하셨네요.”
“못 참았다고요?”
서아라는 유난히 가벼운 목소리로 천아연의 말을 따라 했다.
“제가 과연... 못 참았을까요?”
천아연은 그 말을 듣고 어리둥절했고, 더 말할 틈도 없이 텅 빈 복도에서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천아연은 이미 이 발걸음 소리에 익숙했고, 누가 오고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누군가가 병실의 문을 가볍게 두드렸고, 뒤이어 키가 훤칠한 남자가 들어왔다.
천아연을 본 차건우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아연 씨가 왜 여기 있어요?”
천아연은 불쌍한 얼굴로 대답했다.
“아라 씨가 아프다고 해서 병문안 왔어요.”
그녀는 남자의 차가운 표정을 보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건우 씨랑 만난 지도 꽤 오래됐고, 제 전화도 안 받았잖아요.”
천아연은 자신의 목적과 수단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
숨기지 않는 모습은 오히려 어떤 꿍꿍이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차건우는 서아라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특별한 표정이나 감정이 없었고, 매번 천아연을 볼 때마다 나타나던 비아냥도 없었다.
서아라는 아주 평온했다.
너무 평온해서 오히려 불길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차건우는 서아라가 똑똑하고 이성적인 여자라는 걸 알고 있었다. 천아연에 관한 일 때문에 기분이 상하거나, 그를 냉대한 적은 있어도, 절대 막거나 소란을 피운 적은 없었다.
그녀가 유일하게 막은 적은, 천아연이 계속 차건우에게 전화를 걸었던 그날, 짜증이 난 나머지 경고하려고 잠깐 막은 게 전부였다.
이런 작은 질투는 차건우를 화나게 하지 않았고, 오히려 기분 좋게 만들었다.
그건 서아라가 차건우한테 관심이 있다는 증거였으니까.
하지만 서아라가 이번에 병에 걸린 뒤로 어딘가 달라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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