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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내가 원하지 않는다는 것.” 서아라는 눈앞의 남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목구멍이 솜으로 막힌 듯 말이 나오지 않았고 숨을 쉬기도 힘들었다. 차건우는 그녀의 얼굴을 응시하며 물처럼 차가운 음색으로 말했다. “네 말이 맞아. 천아연은 어떤 점에서도 너에게 뒤처지지 않아. 얼굴, 집안, 그리고 나에 대한 감정까지. 하지만 나는 그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 그 여자와 지내는 동안 한 번도 아내로 삼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서아라의 숨소리가 조금 흐트러졌지만 그녀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 “감정은 키울 수 있잖아. 처음 나와 결혼했을 때도 내가 싫어서 결혼하지 않으려고 했잖아. 시간이 지나면 생각도 바뀔 거야.” 차건우는 손을 뻗어 서아라의 뺨을 쓰다듬었다. 아주 가볍고 부드러워 오히려 간지러운 느낌이었지만 서아라는 이유 모를 소름이 돋았다. “내 곁에 네가 있는데 내가 왜 다른 여자를 찾아? 그럴 시간도 없고 다른 여자와 감정을 키울 마음도 없어. 그러니까 나한테는 네가 최선의 선택지야.” 서아라는 남자의 손길을 피했다. “여자를 많이 만나보지 않아서 그런 착각을 하는 거야. 나중에 많은 여자를 만나게 되면 그렇게 생각 안 하겠지.” 남자는 차갑고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럼 그때 가서 얘기해.” 누가 봐도 대충 넘기려는 태도라 서아라가 알아채지 못할 리 없었다. 서아라는 인내심이 바닥 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차건우,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혼해 줄 거야?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 “생각해 본 적 없어.” 서아라의 숨결이 다시 흐트러졌다. “하지만...” 남자가 말을 돌리자 서아라가 그를 홱 돌아보았다. 차건우의 입가에 무심한 미소가 스쳤다. “언젠가 내가 너보다 더 흥미를 느끼는 여자를 만난다면 아마 널 놓아줄지도 모르지. 그때까지는 네가 아무리 떼를 써도 이혼에 동의하지 않을 거야.” 평소의 냉담한 가면을 벗어던진 눈앞의 남자는 마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처럼 매정했다. “아라야, 너도 알겠지만 내가 동의하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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