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화
서아라는 더 이상 하지민의 얄팍한 말장난을 듣고 있을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서류를 챙겨 조용히 자리를 떴다.
...
십여 분쯤 지났을 무렵, 서아라의 사무실 문이 조심스레 두드려졌다.
가녀린 체형의 한 여성이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왔다.
“아라 씨, 무슨 일로 저를 찾으셨어요?”
서아라는 손에 들고 있던 자료를 책상 위로 내던지듯 올려두었다.
“하지민 씨가 나한테 보낸 자료, 왜 C국어로 되어 있었죠? 설명해보실래요?”
하지민은 당황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무고한 얼굴을 했다.
“네? 서아라 씨, 제가 보낸 건 분명 국어로 된 기획서였어요. 혹시 뭔가 착오가 있었던 거 아닐까요?”
서아라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차분히 말했다.
“회의실 문 앞에도, 내 사무실에도 CCTV가 있어요. 자료 바꾸는 장면을 직접 확인해드릴까요?”
그제야 하지민은 책상 앞으로 성큼 다가와 파일을 들고 대충 몇 장을 넘겨보다가 갑작스레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머, 정말 죄송해요. 아마 제가 착오를 일으킨 것 같네요...”
서아라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응시했다.
“착오였다, 한마디 사과면 이 사안이 그냥 넘어가도 되는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게... 당시 회의에 C국 측 파트너들도 참석했잖아요. 혹시나 자료가 훼손되거나 누락되는 일이 있을까 봐 미리 여분으로 번역본을 준비해 둔 게 있거든요. 아마 그게... 헷갈려서 잘못 보낸 걸지도...”
서아라는 차갑게 그녀를 내려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 속에서 하지민은 고개를 숙인 채 작게 중얼거렸다.
“정말 죄송해요. 제 실수가 맞아요. 어떻게든 책임지겠습니다. 벌을 받으라면 달게 받을게요. 하지만...”
그녀는 말을 끝맺기도 전에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이번 일은 건우랑은 전혀 상관없어요! 제발 이번 일 때문에 태성 그룹과의 협업이 무산되는 일만은 없게 해주세요! 서아라 씨, 제발... 제 일 실수로 인해 이 모든 걸 망치게 하지 말아 주세요...”
서아라의 속눈썹이 고요하게 떨렸다.
바로 그때,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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