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화
난 그게 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한서준의 집착을 너무 얕봤다.
한서준은 마치 유령처럼 우리 집 근처를 맴돌기 시작했다.
아예 체면도 버리고 현관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비를 그대로 맞고 있을 때도 있었다.
결국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나는 경찰에 신고하기로 했다.
“네. 여기 켄싱턴 06가 19번지인데요. 집 앞에 낯선 남자가 오랫 서성거려서,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이 있어요. 지금도 밖에 있고요. 한번 와서 확인 좀 해주세요.”
경찰은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그리고 예의를 지키면서도 단호하게 한서준을 데리고 갔다.
창가에 서서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끌려가면서 고개를 억지로 돌린 한서준의 눈에는 도저히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분노와 처절한 고통이 동시에 얽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 표정도 없이 커튼을 조용히 닫아 버렸다.
며칠 뒤, 나는 늘 가던 카페에서 동료이자 파트너인 데이비드와 함께 다음 전시회의 세부 기획을 논의하고 있었다.
햇볕은 포근했고 커피 향은 진했다.
이야기에도 점점 열이 오르던 그때, 익숙한 동시에 광기에 가까운 기색을 한 사람이 카페 안의 고요함을 산산이 깨뜨리며 들이닥쳤다.
한서준이었다.
한서준은 카페 안을 둘러볼 필요도 없다는 듯, 곧장 우리 쪽으로 달려왔다.
핏줄이 선 두 눈은 데이비드에게 꽂혀 있었다.
질투와 분노가 뒤섞인 한서준은 잔뜩 미간을 찌푸렸다.
“윤하린, 이 남자는 누구야? 대체 누구냐고?”
데이비드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내 앞을 가로막았다.
나는 한서준을 보며 냉정하게 입을 열었다.
마치 소란 피우는 광대를 멀찍이서 구경하는 사람처럼 감정 하나 섞지 않은 목소리였다.
“누군지 알아야 할 이유가 있어? 너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야.”
“아무 상관도... 없다고?”
한서준은 그 말에 충격을 받은 듯 몸을 굳히더니, 갑자기 손을 뻗어 내 팔을 붙잡으려 했다.
나는 재빨리 한 걸음 물러나 손이 닿지 않게 피했다.
데이비드가 더 빨랐다.
한서준의 손을 거칠게 쳐 내고 또렷하게 경고했다.
“손 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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