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화
한서준은 몰랐다.
그날 우리 집 문 앞에서 쏟아냈던 모든 참회와 정초아의 범죄를 알고 있으면서도 옛정을 운운하며 처벌을 미룬다는 고백까지, 나는 그 모든 말을 휴대폰에 조용히 녹음해 두었다.
나는 그 녹음을 곧바로 경찰에 제출했고 한서준과 정초아를 정식으로 고소했다.
법정 정면 위에 걸린 휘장이 묵직하게 빛나며, 차갑게 번지는 빛이 방 안에 앉은 모든 사람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나는 원고석에 앉아 두 손을 무릎 위에 가지런히 모았고 손끝 하나 떨리지 않았다.
살짝 스며드는 소독약 냄새와 설명하기 어려운 압박감이 공기를 무겁게 채웠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가슴이 조여 왔다.
내 옆에서는 변호사 서주현이 차분한 표정으로 두꺼운 서류철을 펼쳐 놓고 있었다.
“전원 기립하십시오.”
그때 우렁찬 목소리가 법정에 울려퍼졌다.
재판장과 배석 판사들이 차례대로 자리에 앉았다.
법봉의 묵직한 울림이 법정의 분위기를 단단히 가라 앉혔다.
“지금부터 본 사건에 대한 심리를 진행하겠습니다. 공소장 낭독이 있겠습니다.”
검사가 일어서며 힘 있는 목소리로 공소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정초아의 살인 혐의, 그리고 한서준의 범죄 은폐와 방조 혐의, 하나하나의 죄명이 망치처럼 두 사람 위로 떨어졌다.
정초아는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었다.
한때 요염하던 얼굴은 뒤틀려 있었고 그 시선에서는 서늘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독침처럼 나를 향해 곧바로 꽂혔지만 법정의 차가운 분위기 앞에서 그 시선은 곧 무너져 내렸다.
정초아는 허둥지둥 고개를 떨구었지만 책상 위에 떨리는 두 손만큼은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한서준은 하루아침에 십 년은 늙어 버린 얼굴이었다.
정장 소매는 헐렁해졌고 턱에는 거뭇한 수염이 자란 채였다.
눈동자는 생기를 잃은 채 한 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 시선은 제대로 초점을 잡지 못했다.
한서준은 마치 껍데기뿐인 조각상 같았다.
“원고 측, 증거를 제출하십시오.”
그러자 서주현 변호사가 일어서며 말했다.
“재판장님, 저희는 피고인 한서준이 정초아의 범행을 알고도 숨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