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4화
심가은이 고개를 젓더니 흐릿한 눈빛으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픈 게 아니라 갑자기 아빠 생각이 나서요.”
서민준은 그녀의 아버지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걸 알고 있었다. 순간 뭐라고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심가은은 서민준의 두꺼운 외투 모자 속에 고개를 깊이 파묻고는 한숨을 내쉬었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아빠가 아직 살아계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서민준이 발걸음을 멈추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은 씨 아빠 대신 내가 옆에서 지켜줄게요.”
이건 서민준이 늘 하고 싶었던 약속이었다.
그의 목소리가 크진 않았지만 심가은이 바로 옆에 있었기에 귀에 똑똑하게 들렸다.
순간 멍해진 심가은은 믿을 수가 없어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때 검은색 롤스로이스 한 대가 소리 없이 그들 곁을 스쳐 지나갔다.
유리창이 조금 내려갔다. 차 안의 백이현이 좁은 틈으로 서민준과 심가은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의 눈빛이 음침하고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길고 단단한 손으로 주먹을 하도 꽉 쥐어서 관절이 다 하얘질 정도였다.
서민준은 바라보는 심가은의 눈빛이 너무나도 부드러웠다.
그 눈빛은 백이현의 가슴을 깊이 찔렀고 질투의 불길이 순식간에 타올라 그를 완전히 집어삼킬 듯했다.
속으로는 이미 분노가 파도처럼 요동쳤지만 백이현은 차에서 내려 서민준을 두들겨 팬 다음 심가은을 되찾아오려는 충동을 억눌렀다.
운전기사가 백이현의 이상한 기색을 눈치채고 망설이다 조심스레 물었다.
“대표님, 심가은 씨를 찾으셨는데 내려서 만나보시겠습니까?”
백이현의 얼굴에 얼음장처럼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그가 무표정하게 말했다.
“아니. 그냥 클럽으로 가.”
유리창이 다시 올라갔고 백이현도 시선을 거두었다.
운전기사는 그가 모리를 찾으러 클럽에 가려는 거라고 확신했다. 더는 묻지 않고 방향을 틀어 클럽으로 향했다.
...
민채현이 자살 소동까지 벌였는데도 서민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초조해진 민수일은 안절부절못하면서 병실을 서성거렸다. 결국 강성으로 출장 간 서이형에게 전화하기로 했다.
서이형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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