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백이현은 지나온 시간을 더듬었다. 떠올려 보니 심가은과 제대로 명절을 보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니야, 예전에 가은이가 내 생일을 한 번 챙겨 준 적은 있잖아.’
하지만 그날도 백이현은 화를 내다가 케이크를 집어던졌고 그 뒤로는 심가은이 그의 생일을 다시 챙기는 일도 어떤 기념일을 입에 올리는 일도 없어졌다.
백이현은 가슴 한구석이 스멀스멀 찔렸다.
‘난 자신이 정말 잘해왔다고 생각했었지... 그런데 기념일 한 번 같이 보낸 적이 없었네.’
“그럼 레스토랑을 예약할게요.”
“그래.”
백이현은 전화를 걸어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을 약속하려다가 조금 전에 심가은이 전화를 끊어 버린 걸 떠올리고는 마음을 접었다. 그냥 퇴근 시간에 맞춰 바로 데리러 가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회사에 들어온 주서연이 원지아가 크리스마스이브 레스토랑 예약을 하는 소리를 듣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혹시... 이현 오빠가 나랑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낼 생각인가?’
그런 생각을 하던 주서연은 모른 척하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백이현은 주서연을 보자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여니야, 웬일이야?”
주서연이 다가앉아 친근하게 손을 얹었다.
“이현 오빠, 오늘 오랜만에 아줌마 뵈러 집에 같이 가도 돼? 정말 오래 못 뵈었잖아. 보고 싶었어.”
백이현은 어머니가 주서연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걸 잘 알았기에 굳이 마주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 요즘 해외에 계셔. 나중에 보자.”
그제야 주서연은 입을 다물었다.
‘조금 전만 해도 최정희를 백화점에서 마주쳤는데 이현 오빠는 왜 이런 거짓말을 할까.’
주서연은 백이현이 심가은과 이혼만 하면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결혼하게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백이현은 결혼 이야기가 나오면 슬그머니 피했다.
‘혹시... 아직 심가은을 마음에 두고 있는 거야? 아니야. 이현 오빠가 사랑하는 건 나잖아.’
조급함이 치밀어 오른 주서연은 백이현의 손을 꼭 잡았다.
“이현 오빠, 아직도 나 사랑해?”
그러자 백이현은 주서연의 손등에 입을 맞추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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