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오늘 밤 일은 너무도 큰 충격이어서 심가은의 머릿속은 여전히 새하얗게 비어 있었다.
그저 말없이 서민준의 뒤를 따라 집으로 향했고 서민준은 아무 말 없이 차를 몰아 그녀를 데려다주었다.
현관 앞에서 서민준이 계단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심가은은 잠시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오늘 단지에 전기가 나갔어요. 엘리베이터가 멈췄어요.”
사정을 들은 심가은은 고개만 끄덕이고 그 뒤를 따라 계단을 올랐다.
서민준이 휴대폰 불빛을 켜서 앞장섰다. 그녀의 기운이 몹시 가라앉아 있는 걸 보고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힘들면 제 소매라도 잡아요.”
진심이 묻어나는 눈빛에 심가은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셔츠 소매끝을 붙잡았다.
서민준은 잠시 심가은을 바라보더니 다시 발걸음을 옮겼고 그 뒤를 따르는 순간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여섯 층에 다다라 소매를 놓은 심가은은 열쇠를 꺼내 들었다.
“심가은 씨.”
그가 불렀다.
“네?”
“혹시... 개 무서워해요?”
뜬금없는 질문에 고개가 갸웃해졌지만 서민준은 곧 문을 열었다. 황금빛 털을 가진 래브라도 한 마리가 폴짝 뛰어나와 서민준의 품에 안겼다.
“이름은 토토에요. 아주 온순해요. 침대 곁에 두면 악몽 안 꿀 거예요. 대신 추위를 좀 타서... 카펫 위에 담요 깔아주면 돼요.”
그제야 심가은은 서민준이 세심하게 자신을 챙기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고 눈가가 붉어지며 목소리가 떨렸다.
“고마워요.”
서민준이 토토에게 몇 마디를 건네자 강아지는 금세 그의 품에서 내려와 심가은의 곁으로 다가왔다. 토토는 얌전히 다리를 접고 앉아 심가은의 발목에 얼굴을 비비자 심가은도 마음속 긴장이 서서히 풀려갔다.
심가은은 원래도 동물을 좋아했지만 백이현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단 한 번도 기르지 못했었다. 이제는 이렇게 순한 아이가 곁에 있으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정말... 고마워요.”
“편히 쉬어요.”
서민준은 끝까지 배웅해 준 뒤, 심가은과 토토가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돌아섰다.
불 꺼진 방 안은 여전히 낯설고 무엇보다 조금 전 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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