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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그녀와 서민준의 옷은 물론 커플룩이 아니었다. 서민준은 침착하게 심가은과 그녀 앞의 술을 과일주스로 바꾸게 했다. 심가은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다들 나중에 술 마시는데 우리 둘은 안 마시면 안 되나요?” 서민준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우리 법률 사무소는 술 문화가 없어요. 내가 안 마시면 다른 사람들도 술을 권하며 분위기 띄우지 않을 거예요.” 심가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술을 권할까 봐 조금 두려웠기 때문이다. 서민준은 업무상으로는 엄격하지만 사적인 자리에서는 매우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대표였다. 그는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을 주문하게 한 뒤 웃으며 사람들의 즐거운 분위기를 바라보고 가끔 자신을 농담거리로 삼는 것도 받아주었다. 어떤 직장 모임에서는 흔히 선정적인 농담을 하거나 여성 직원에게 술을 권하거나 공연을 시켜 불편하게 만들곤 한다. 하지만 동휘 법률 사무소에서는 여성 변호사의 지위가 남성 변호사보다 훨씬 높았다. 그녀들은 입담이 뛰어나 남성 변호사들이 쉽게 이익을 챙기기 어려웠다. 게다가 서민준은 술자리 문화를 거부하고 여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는 모습이 남성 동료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덕분에 남성 동료들은 여성 동료에게 매우 예의를 갖췄다. 이런 화목한 분위기 덕분에 심가은도 그리 어색하지 않았다. 그런데 모두가 웃고 떠들던 중 문이 갑자기 열렸다. 민채현이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녀는 서민준을 보자 장난스레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 “민준 오빠, 다들 벌써 밥 먹기 시작했네. 마침 잘 왔네.” 사람들의 표정이 일제히 굳었다. 민채현은 정말 뻔뻔했다. 민채현이 서민준 옆에 앉으려 하자 차미원이 일어나 자리 차지를 하며 말했다. “민채현 씨, 미안해요. 여기가 제 자리예요.” 민채현은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서민준은 조금도 도와줄 기미가 없었고 그녀는 다른 자리를 찾아 앉을 수밖에 없었다. 민채현은 시선을 심가은에게 돌리며 말했다. “심가은 씨, 피아노를 전공했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다들 시끌벅적하니까 일어나서 연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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