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1화
애석하게도 남편이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그녀는 더 이상 화려한 생활을 누릴 수 없게 되었다.
심가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입술만 세게 깨물었다. 반박하려고 입을 달싹였지만 끝내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삼켜야 했다.
“이만 주무세요, 엄마.”
그녀의 목소리에는 피로가 묻어 있었다.
신정민은 딸이 또다시 헛된 꿈을 꿀까 봐 두려운 듯, 차갑게 경고했다.
“그 변호사 만나는 것까지 상관하지는 않을 게, 하지만 잠자리는 안 돼. 선 넘으면 너 가만 안 둬.”
뚝.
통화가 끝나자마자 막연했던 행복감이 산산이 부서졌다.
지금의 심가은에게는 깨진 유리 조각처럼 차갑고 날카로운 감정의 잔해만 남았다.
그녀는 왜인지 모르게 늘 신정민과 통화하고 나면, 몸도 마음도 진이 빠지는 것 같았다. 그건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영혼이 깎여나가는 기분에 가까웠다.
하지만 심가은은 그걸 감내해야 했다. 신정민은 그녀의 어머니였으니까.
짐을 내려놓을 수도, 모른 척 외면할 수도 없었다.
문득, 심가은의 머릿속에 오래된 기억 하나가 스쳤다.
‘아빠가 살아계실 때는 안 이러셨는데... 온화하고 고귀한 사모님 같던 분이... 언제나 품격 있는 말투로 가족을 감싸던 사람이 언제부터 이렇게 차갑고 모진 사람이 되어버린 걸까. 환경이 사람을 바꾸는 건가? 아니면 본성이 서서히 드러난 걸까?’
심가은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궜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어머니를 바꿀 힘이 없었다. 하지만, 그 그림자에 갇혀 자신의 삶까지 잠식당하게 둘 수는 없었다.
심가은은 결국 그녀의 손으로 자신의 인생을 일으켜야 했다.
욕실로 향하려는 찰나, 객실 전화가 날카롭게 울렸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프런트 직원의 목소리는 조심스럽고도 부드러웠다.
“심가은 님, 손님의 여권을 찾으신 분이 프런트에 와 계십니다. 지금 내려오셔서 확인 가능할까요?”
그 말에 심가은이 가방을 뒤적였다. 텅 빈 내부를 확인하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정말 잃어버렸잖아?’
“네, 알겠습니다. 금방 내려갈게요.”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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