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2화
백이현이 갑자기 아련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꺼냈다.
“생각해 보니 우린 단 한 번도 함께 여행을 간 적이 없더라고. 아쉽지 않아?”
심가은이 냉소를 흘리며 스프레이를 백이현에게 가까이 가져다 댔다.
“그럴 리가. 난 전혀 아쉽지 않아.”
이미 끝난 관계인데, 과거를 후회한들 뭐가 달라질까.
깊은 한숨을 내쉰 백이현이 들고 있던 작은 종이 가방을 내밀었다.
“밤이 꽤 쌀쌀해. 네가 옷을 충분히 챙기지 않았을까 봐 외투 하나를 샀어. 네가 좋아하는 색으로.”
하지만 심가은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녀는 남자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온기가 불쾌했다.
심가은의 시선에는 더 이상 온기가 남아 있지 않았다.
“가은아.”
백이현이 낮게 말을 이었다.
“네가 서민준과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는 거 알아. 그렇다면 내 구애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어? 나랑 서민준은 같은 출발선에 서 있는 거야. 나만 그렇게 밀어내는 건 좀 불공평하지 않나?”
심가은이 콧방귀를 뀌며 남자를 비웃었다. 백이현의 뻔뻔함에 치가 떨렸다.
“당신이 어떻게 민준 씨랑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있지? 민준 씨는, 당신처럼 내게 상처 준 적 없어.”
그 말에 백이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곧 억지로 웃으며 심가은을 달래듯 말했다.
“맞아. 과거의 난 정말 개자식이었지. 하지만 그건 우리가 너무 일찍 만났기 때문이야. 그때의 나는 엉망이었고,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니까. 가은아, 만약 너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난 서민준보다 천 배, 만 배는 더 잘할 수 있어. 그러니 내게 한 번만 기회를 줄 수는 없을까?”
남자의 간절한 목소리를 뒤로한 채, 엘리베이터가 경쾌한 소리를 내며 멈췄다.
문이 열리자 심가은은 단숨에 밖으로 뛰쳐나갔다.
하지만 그녀를 뒤쫓아온 백이현이 재빨리 팔을 뻗어 닫히려는 문틈을 가로막았다.
“잠깐만.”
심가은이 경계로 가득한 눈으로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한겨울의 얼음처럼 차가웠다.
백이현이 억지로 가방을 내밀며 말했다.
“난 그저 네게 외투를 건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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