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7화

배준영은 무표정한 이현수의 얼굴에 약이 바짝 올랐다. ‘아버지만 아니면 진작에 잘라버리는 건데!’ ... 어린이 피아노 콩쿠르 첫날. 심가은은 대회 2시간 전에 주최 측이 마련해 놓은 대기실에 도착했다. 메이크업 팀은 사회적 지위가 높은 순서로 메이크업해 주기에 심가은을 제외한 두 명의 심사 위원 먼저 메이크업을 받았다. 심가은은 이대로 가다가는 메이크업을 받지 못할 것 같아 혹시 몰라 들고 왔던 파우치를 꺼내고는 스스로 메이크업을 시작했다. 원체 예쁜 얼굴이라 그런지 그저 파운데이션만 살짝 펴 발랐는데도 얼굴에서 빛이 났다. 두 명의 여성 심사 위원은 심가은을 힐끔 보더니 메이크업 팀을 향해 심가은보다 더 예쁘게 해달라고 동시에 요구했다. 이에 메이크업 팀 직원들은 어색하게 웃으며 알겠다고 했다. ‘본판이 예뻐야 메이크업도 잘 먹지. 원체 예쁜 얼굴을 메이크업으로 어떻게 이겨?’ 잠시 후. 라이브 카메라 세팅 완료 소리와 함께 대회가 시작되었다. 강성에서 아주 오랜 기간 주최해 왔던 대회라 라이브를 보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중 절반 정도는 대회에 참석하는 어린이들의 가족과 친척들이었다. 그들은 너도나도 응원의 댓글을 보내며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카메라가 심가은을 향했을 때, 웬 네티즌 한 명이 심사 위원치고는 너무 어리다며 그녀의 심사 자격을 의심했다. 하지만 곧바로 심가은을 알아본 누군가가 댓글을 달았다. [저 여자 주성현 피아니스트가 있는 악단에 소속되어 있었던 사람 같은데요?] [과거형이네요? 혹시 실력이 안 돼서 퇴출 당했나요?] 실력 얘기가 나오자 사람들은 또다시 부정적인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때, 사회자의 간단한 인사가 끝이 나고 참가 어린이들이 하나둘 단상으로 올라와 연주를 시작했다. 심가은은 심사 위원으로서 어린이들에게 정확한 지적과 적절한 피드백을 건넸다. 생각보다 더 전문적인 심사평에 네 명의 심사 위원들은 조금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라이브로 보고 있는 네티즌들은 심가은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