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그러나 서이형은 서민준의 신호를 전혀 받지 못한 듯 민채현을 향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채현아,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네 눈에는 여전히 이 무뚝뚝한 녀석밖에 안 보이나 보네. 도대체 우리 민준이가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길래 그렇게 한결같이 좋아하는 거야?”
그 말을 들은 민채현의 얼굴이 순간 붉게 물들었다.
그녀는 부끄러운 듯 투정을 부리며 서이형을 불렀다.
“이형 오빠!”
이내 민채현은 서민준을 변호하듯 황급히 덧붙였다.
“민준 오빠가 무뚝뚝하다니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마치 서민준을 두둔하려는 듯한 말투였다.
서이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차피 너도 왔고, 여긴 서민준의 구역이니까 우리를 위해 한턱 쏴야 하지 않겠어?”
민채현은 당연하다는 듯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달콤한 눈빛으로 서민준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옆에 서 있던 서민준의 표정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그는 원래 서이형이 민채현을 잘 타일러서 돌려보내 주길 바랐는데 예상과 달리 서이형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녀를 식사 자리에 끌어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뜻밖의 전개에 서민준의 마음속에는 은근한 불쾌감이 치밀었다.
길을 가던 중, 서이형이 민채현에게 말했다.
“나랑 서민준이 형제라는 건 거의 아무도 몰라. 이건 비밀이니까 꼭 지켜야 해.”
민채현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두 형제가 무슨 속셈을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서민준과 관련된 일이라면 무엇이든 기꺼이 협조할 생각이었다.
그 후 서이형의 주도하에 세 사람은 분위기 있는 한 음식점 앞에 도착했다.
식당은 손님들로 북적이며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뒤따라오던 서민준의 표정은 한결 더 어두워졌다.
그는 원래 담백한 맛의 요리를 좋아했기에 매운맛이 주가 되는 음식점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매운 향이 가득한 음식점 간판을 본 그는 본능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그 모습을 본 민채현은 재빨리 서이형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형 오빠, 민준 오빠는 매운 걸 잘 못 먹어요. 우리 다른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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