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1화 자격
“삼촌, 아파요.”
심재이는 고태겸에게 손을 잡혀 차 앞으로 끌려갔다. 거친 손아귀가 손목을 세게 조이자 순간 참지 못하고 신음이 새어 나왔고 그제야 고태겸이 손을 풀며 차 문을 열어 그녀를 태웠다. 곧장 운전석 쪽으로 돌아가 조용히 옆자리에 앉았다.
뒷좌석에 있던 백현우는 상황을 한 번 훑어보더니 아무 말 없이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려 자리를 비켰다. 좁고 닫힌 차 안에는 이제 두 사람만 남았다.
심재이는 고개를 들어 고태겸의 차갑고 무거운 표정을 마주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고 본능적으로 몸을 살짝 뒤로 물렸지만 고태겸은 오히려 몸을 기울이며 거리를 좁혀왔다. 그의 몸에서 스며 나오는 서늘한 기운이 서서히 온몸을 감싸며 파고들었다.
“삼촌, 무슨 일로 절 부르신 거예요?”
심재이의 목소리는 알게 모르게 떨려 있었다.
“아까 그 남자, 좋아해?”
고태겸의 낮고 굵직한 목소리가 울렸다. 겉으론 담담했지만 안쪽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기운이 숨어 있었다.
순간 심재이는 멍해졌다가, 그가 말하는 대상이 임유찬이라는 걸 깨닫고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삼촌, 정말 오해하신 거예요. 그냥 제 선배예요.”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같이 밥을 먹었는데?”
고태겸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고 묘한 의심이 그 시선 속에 스며 있었다.
심재이는 숨을 고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답했다.
“선배가 오늘 아침에 절 도와주셨어요. 게다가 피아노 연주도 봐주시고 조언도 해주셨고요. 감사한 마음에 식사 한 번 대접한 건데 그게 그렇게 이상한 일인가요?”
“이상하지.”
짧게 잘라낸 그의 대답과 함께 검은 눈동자 속에서 날카롭고 차가운 빛이 번뜩였다.
“그 남자가 널 좋아하는 거, 너만 모르는 거야.”
“네?”
심재이의 눈이 커지며 놀람과 의문이 동시에 비쳤다.
“삼촌, 그건 분명 착각이에요. 저랑 선배는 정말 그냥 친구 사이예요. 몇 년 동안 못 봤고 오늘이 그 몇 년 만의 첫 만남이었는걸요.”
심재이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진지했다.
“내 눈은 틀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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