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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모욕

강희연의 얼굴이 굳더니 홱 고개를 돌려 어머니를 바라봤다. “엄마!” 분노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 알잖아요. 심재이는 고은찬이 시키면 뭐든 하는 애였어요. 부르면 달려가고 시키면 하고. 며칠 안 가서 또 그 사람 뒤만 졸졸 쫓아다닐 텐데 엄마는 꼭 심재이한테 한 번 더 속아야 속이 시원하겠어요?” “희연아.” 강주영의 표정이 단번에 굳어졌다. “네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니. 재이한테 사과해.” “제가 틀린 말 했어요? 심재이는 그냥 고은찬한테 매달리는 애잖아요. 맞잖아요, 그냥...” “그만해!” 강주영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손이 번쩍 들렸다. 그러나 그 손이 내려오기 전에 심재이가 급히 앞으로 나서며 막아섰다. 하지만 희연은 그녀를 거칠게 밀어냈다. “네 오지랖 필요 없어!” 쿵! 심재이의 머리가 피아노 모서리에 부딪히며 묵직한 소리가 울렸다. 이마에 금세 붉은 혹이 솟아올랐고 그녀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자 강희연이 잠시 당황했다. “재이, 너... 괜찮아?” 강주영이 급히 다가와 부축하며 물었다. “많이 아파?” 심재이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애써 웃어 보였다. “괜찮아요, 선생님.” 하지만 강주영의 시선은 이미 이마의 붉은 부위에 닿아 있었다. 그녀는 곧장 딸을 향해 매섭게 눈을 번뜩였다. “강희연, 너 정말 너무한다.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밀어!” 강희연은 입술을 꾹 깨물더니 단호하게 뱉었다. “쟤가 먼저 다가왔잖아요. 그 정도는 당해도 돼요.” “너...!” 강주영은 속이 치밀어 올라 숨이 가빠졌다. “어쩌다 네가 이렇게 버릇없고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르는 애가 됐니!” “그래요, 엄마 눈에는 심재이가 최고죠. 뭘 해도 다 용서하고 저는 뭘 해도 마음에 안 드는 거잖아요. 그럴 거면 그냥 저 말고 심재이 데리고 사세요. 그래야 속이 편하실 거 아니에요!” 거친 말을 쏟아낸 희연은 그대로 몸을 돌려, 쾅 하고 연습실 문을 닫고 나갔다. 강주영은 온몸이 부르르 떨렸고 심재이는 서둘러 의자를 끌어와 그녀를 앉혔다. “이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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