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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연말 결혼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저와 재이는 오랜 시간 서로 곁을 지켜왔고 결혼은 결국 하게 될 일이죠. 어차피 할 거라면 미루지 말고 지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인생의 중요한 일을 먼저 해놓는 셈이니까요.” 고광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은찬이 말이 맞다. 집부터 꾸리고 나서 사업을 키우는 것도 방법이지. 재이는 참 좋은 아이다. 은찬아, 꼭 잘 아끼고... 절대 울리는 일 없게 해라.”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 재이한테 평생 잘할 겁니다.” 고은찬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보고 고광진은 흐뭇하게 웃었다. “결심이 섰다면 며칠 안에 재이와 그 가족을 초대해서 식사라도 하자. 날짜를 잘 골라서 약혼부터 해두고 내년쯤 결혼식을 올리면 되겠구나.” 그러자 고은찬은 잠시 입술을 다물다가 말했다. “할아버지, 저는 약혼 절차 없이 바로 결혼하고 싶습니다. 이제 두 달 뒤면 연말이고 좋은 날도 많으니 올해 안으로 하는 게 어떨까요?” 고광진은 잠시 놀란 듯 눈썹을 올렸다. “올해는 좀 촉박하지 않겠니? 준비가 너무 급할 것 같은데.” “아닙니다. 웨딩업체와만 잘 조율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고은찬은 눈빛까지 서두름이 묻어났다. 그 표정을 본 임미연은 직감적으로 뭔가 수상하다고 느끼더니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 “은찬아, 혹시 재이가... 임신이라도 한 거니? 그래서 이렇게 서두르는 거야?” “아니에요, 그런 일 없습니다. 그냥... 결혼해서 재이가 제 옆에 있는 게 마음이 놓여서요.” “그래도 너무 빠른 거 아니니?” 임미연은 여전히 못마땅했지만 고광진이 지켜보는 자리라 말을 심하게 하진 못했다. 대신 옆에 앉은 고태훈을 팔꿈치로 쿡 찌르며 낮게 속삭였다. “당신이라도 뭐라고 좀 해봐요.” 고태훈은 안경을 고쳐 쓰며 부드럽게 웃었다. “은찬이랑 재이는 어려서부터 알았고 서로 정이 깊잖아. 재이도 얌전하고 착한 아이고. 은찬이가 빨리 안정되고 싶다니 그대로 두는 게 좋겠어.” “당신...” 임미연은 고태훈의 말을 들으며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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