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0화 붙잡아 못 가게
임미연은 잠시 멍하니 아들을 바라보다가 그의 진지한 표정에 시선을 거두며 건성으로 말했다.
“알았어. 그런데 도대체 심재이가 너한테 무슨 약이라도 먹였어?”
고은찬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그때 주머니 속 휴대폰이 진동하며 울렸다.
화면을 확인한 그는 인상을 더 깊게 쓰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버지, 어머니. 먼저 들어가세요. 저는 처리할 일이 좀 있습니다.”
고은찬은 말을 남기고 차에 올라 그대로 떠났다. 임미연은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걸 보며 분노와 답답함을 동시에 삼켰다. 그리고 옆에 있는 고태훈을 매섭게 노려봤다.
“여보, 제가 아까 눈짓으로 반대하라고 신호까지 보냈잖아요. 왜 제 말대로 안 하세요?”
고태훈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내가 반대하면 은찬이가 듣겠냐? 게다가 아버지는 은찬이랑 재이 관계를 원래 좋게 보잖아. 거기다 재이 아버지랑 인연도 있고. 재이를 친손녀처럼 대하는데 괜히 반대해서 아버지 화만 돋울 필요 없지.”
“흥, 당신은 세상에 아버지 화내는 것만 무서운 사람이에요. 회사 지분을 죄다 태겸이한테 넘길 때도 대표 자리를 태겸이한테 맡길 때도 가만히 계셨죠. 생각해 보세요, 이 큰 집안에서 아버지가 언제 당신을 친아들처럼 대했어요? 눈에 보이는 건 그 후처가 낳은 막내아들뿐이잖아요. 다른 집안은 첫째 아들을 중하게 여기는데 우리 집만 예외라니. 그때라도 조금이라도 밀어붙였으면 지금 회사는 당신 거였을 거예요. 그런데 형이라는 사람이 오히려 동생한테 치이는 꼴이나 보고 있으니. 참, 어이가 없네요.”
화를 쏟아낸 임미연은 차 문을 거칠게 열고 올라탔다.
그 사이, 고태훈의 손이 어느새 불끈 쥐어졌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아채지 못했다.
고태훈은 고개를 들어 저택을 올려다보며 눈동자에 짙은 그늘이 드리웠다.
‘밀어붙여야 했나?’
고태훈은 평생 고태겸을 이길 수 없었고 심지어 경쟁할 자격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만약 그가 정말로 맞서 싸웠다면 어쩌면 지금 가진 것마저 다 잃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설령 고광진이 모든 것을 고태겸에게 넘겨주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