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2화 마음 약해질까 봐
“나는 신경 안 써.”
고태겸의 말투는 덤덤했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까만 눈동자는 심재이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넌 원하는지 아닌지만 얘기하면 돼.”
이글거리는 눈동자는 마치 우주 중심의 소용돌이처럼 심재이를 빨아들일 것만 같았다. 넋을 잃은 심재이는 남자의 준수한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태어날 때부터 고귀한 아우라는 설산 정상에 쌓인 눈처럼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고민하던 심재이는 결국 고개를 저었다.
“삼촌, 좋은 뜻으로 한 말이란 건 알겠어요. 나도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 피아노 연습하러 학교로 들어가 봐야 해서 먼저 일어날게요.”
심재이가 애써 침착한 척하며 이렇게 말하더니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갔다. 고태겸도 딱히 말리지 않았지만 눈동자가 한층 어두워진 게 보였다.
“대표님, 재이 씨 왜 그냥 가는 거예요? 많이 당황한 것 같은데 혹시 무슨 일 있었어요?”
밖에서 지키고 있던 백현우가 다급하게 자리를 떠나는 심재이를 보고 의아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고태겸이 차를 한 모금 홀짝이더니 잔을 내려놓으며 느긋하게 말했다.
“결혼하자고 했더니 놀랐나 봐.”
“네?”
백현우는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이 떡 벌어졌다. 고태겸을 옆에서 모시는 백현우도 이렇게 놀랐는데 심재이가 얼마나 놀랐을지 상상이 갔다.
“대표님, 심재이 씨가 천천히 받아들일 수 있게 하신다더니 왜 갑자기 급발진하신 거예요?”
고태겸이 맞은편에 있는 웨딩숍을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나 마음 약해질까 봐.”
고태겸은 심재이가 고은찬에게 마음이 약해질까 봐 걱정이었다. 조금 전 학교에서 해성으로 가는 길에 고태겸은 너무 불안해 무서울 정도였다. 심재이가 정말 고은찬의 사과를 받아들여 다시 한번 기회를 주면 어쩌나 걱정했기 때문이다.
심재이가 해성에서 나오는 걸 보고 고태겸은 바로 결심했다. 이제 더는 천천히 기다릴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먼저 결혼해도 감정은 얼마든지 천천히 키워나갈 수 있었다.
백현우는 그런 고태겸을 놀란 표정으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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