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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감당할 수 없는 마음

“아니야, 삼촌도 이제 막 왔어. 아린아, 핸드폰 좀 줘.” 심재이는 얼른 조아린을 불러 잡으며 말을 끊었다. 조아린은 고태겸을 한 번 힐끗 보고는 핸드폰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그러고는 밝게 웃으며 고태겸에게 말했다. “고 대표님, 재이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어요.” 고태겸의 목소리는 낮고 담담했다. 그러나 조아린은 금세 그 말투에 담긴 미묘한 불쾌함이 느껴졌다. ‘내가 너무 갑자기 들어온 건가?’ 심재이는 유심을 끼우고 핸드폰을 켠 후 그대로 고태겸에게 건넸다. “삼촌, 전화번호 입력해 주세요. 다시 저장해야 할 것 같아요.” 고태겸은 핸드폰을 건네받고 번호를 입력하며 최대한 덤덤하게 물었다. “이틀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심재이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입술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틈을 참지 못한 조아린이 먼저 터뜨렸다. “고은찬이랑 헤어진 거 집에서 알고 난리 난 거예요. 그 막장 아빠가 또 그 짓을 했어요...” “아린아!” 심재이는 그녀의 말을 급히 끊었다. 더 이상 말이 새지 않도록 조용히 고태겸을 바라보며 말했다. “큰일은 아니고... 가족들과의 일이에요, 삼촌. 제가 알아서 할게요.” 고태겸은 그녀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는 걸 알아차리고 더는 캐묻지 않았다. 대신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라도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생기면... 꼭 나한테 말해.” 심재이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조아린은 속이 타들어 가는 심정이었다. ‘또 이러네, 재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혼자 끌어안고 말지. 지금까지 늘 그래왔잖아.’ 하지만 심재이에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조아린은 모를지 몰라도 고태겸은 고씨 가문의 사람이었다. 그가 도와주려는 마음은 늘 고마웠지만, 그를 심씨 가문과 얽히게 할 수는 없었다. ‘이미 너무 많은 걸 빚졌어. 지금까지 진 빚도 갚을 수 있을까 싶은데... 더는 안 돼...’ 그때 병실 문이 열렸다. 의사가 차트를 들고 들어오다가 고태겸을 발견하고는 깍듯이 인사했다.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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