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화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마음
“아린아... 나는 삼촌한테 계속 신세만 지고 싶지 않아. 이미 너무 많은 걸 받았어. 더는 이렇게 기대기만 하는 내가 싫어.”
심재이는 조용히 고개를 들며 그렇게 말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속에는 단단한 결심이 담겨 있었다.
“결국 삼촌도 고씨 가문 사람이잖아. 나랑 은찬이 일에 휘말리면... 누구 편을 들게 될지, 내가 생각 안 해봤겠어? 괜히 삼촌까지 곤란하게 만들고 싶진 않아.”
조아린은 그녀가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하고 있을 줄 몰랐고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다 단순한 궁금증으로 물었다.
“그런데 고태겸 대표님은 너한테 뭐 갚으라고 한 적 없잖아?”
심재이는 고개를 저으며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삼촌이 그런 말 안 했다고 해서, 내가 안 갚아도 되는 건 아니야. 어릴 때 할아버지가 그랬거든.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누가 널 도와줬다면 그만큼 돌려줘야 한다고.”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그 말을 꺼냈지만, 그 말속에는 시절부터 배어든 불신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엄마가 날 챙겨준 건... 물론 사랑하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결국엔 심호한테 순종하려는 게 더 컸겠지. 심호가 날 갑자기 신경 쓰기 시작한 것도 고씨 가문이랑 혼사 맺으려는 속셈 때문이었고. 심서진이 어쩌다 한 번 부르던 누나라는 호칭은 고은찬을 형이라고 부르기 위한 명분이었잖아. 고은찬은... 내게 사랑을 맹세하면서도 결국 자기 뜻대로 날 휘두르려고만 했어. 그러니... 삼촌이 날 챙겨주는 것도 결국은 은찬이 할아버지 부탁 때문일 거야...’
조아린은 그녀의 말을 듣고 어이없으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괜히 장난을 치며 말을 돌렸다.
“그래서 예전에 우리가 막 친해졌을 때 내가 선물 하나 할 때마다 꼭 뭐라도 사서 돌려줬던 거구나? 이제야 알겠네. 전부 다 일종의 거래였던 거야?”
심재이는 깜짝 놀라 두 눈을 크게 떴다.
“아린아, 그런 말 하지 마. 너는... 너는 내가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야. 가족이자... 유일한 친구야. 삼촌하고는 달라. 절대 그런 뜻 아니었어.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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