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화
가끔 권해솔은 오히려 권설아한테 감사해야 하나 싶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진 질투와 억압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단단한 내면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내가 안 왔으면 넌 그냥 희생양 됐을걸?”
권해솔이 자조 섞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 말은 마침 지나가던 강재하의 귀에 들어왔다.
“희생양?”
그는 발걸음을 멈췄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그 질문에 고민재가 팔짱을 끼고 대답했다.
“글쎄요, 직접 당신 조카며느리한테 물어보는 게 빠르지 않겠어요?”
권해솔이 그를 흘끗 쳐다봤다.
“괜한 말 하지 마. 이번 일 강 대표님 잘못 아니잖아. 그런데 왜 화살을 그쪽으로 돌려.”
“그렇긴 한데... 권해솔 씨, 저를 조금이라도 믿어보는 게 어때요?”
강재하는 그녀의 예의 바른 말투에 왠지 모를 서운함을 느꼈다.
‘이렇게까지 거리를 두는 이유가 뭘까.’
“전 한 번도 대표님을 못 믿겠다고 한 적 없어요. 왜 그런 말 하시는 거죠?”
권해솔은 오히려 진심으로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껏 자신이 보여준 태도는 분명 성실하고 정중했는데 그는 대체 왜 엉뚱한 말을 하고 있는 걸까.
“뭐, 대표님 잘못은 아니지. 그래도 윗사람으로서 한마디 정도는 따끔하게 혼낼 수 있잖아. 도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속 편한 사람이었냐?”
고민재는 답답한 듯 머리를 헝클이며 실험실 안으로 돌아갔다.
“내 말은, 이 실험실도 어쨌든 강성 그룹 산하잖아요. 문제가 생기면 나한테도 말해도 된다는 뜻이에요.”
강재하가 조금 다급하게 설명을 덧붙였지만 권해솔의 반응은 냉정하기만 했다.
“대표님, 이건 제 업무에 관한 일입니다. 직장에선 직속 상사에게 보고하는 게 원칙이에요. 상급자를 건너뛰고 보고하는 건 직장 내에선 금기죠.”
권해솔은 깍듯하게 인사하고 차에 올라탔고 강재하만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저 여자는 왜 항상 일정 거리를 유지하려 드는 걸까. 분명 나는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는데...’
“대표님, 너무 낙심하지 마세요. 혹시 도련님 일 때문일 수도 있어요. 당분간 강씨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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