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화
그날 밤, 강재하 같은 고지식한 사람을 만난 게 불운의 시작이었다.
돈 한 푼 못 받고 손가락만 부러진 채 병원에 실려 갔던 그때를 떠올리며 육준영은 헛웃음을 흘렸다.
“됐고, 헛소리는 집어치우고 본론부터 말하지.”
여전히 딱딱하고 진지한 표정인 강재하를 보고 육준영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이 남자가 한 번 마음먹으면 어지간해선 바뀌지 않는 성격이라는 걸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런 걸로 부탁까지 하다니...”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게다가 지난번 육준영은 자신의 스캔들을 막아달라고 부탁했다가 강재하에게 욕을 한 사발 얻어먹고 둘은 무려 3개월간 연락을 끊었었다.
물론 강재하가 일방적으로 차단한 것이었고 육준영은 그 사이 드라마 촬영에 시달리다가 불과 며칠 전에야 해성시로 돌아온 참이었다.
“뭐, 나도 너한테 신세 진 게 많으니까. 이번엔 제대로 갚아줄게. 그 여자, 무조건 네 손에 넣게 해줄게.”
육준영은 씩 웃으며 약속했다.
지금의 그는 유명 스타가 되었지만 그 시작은 솔직히 강재하의 덕이 컸다.
그에겐 밤마다 바에 죽치고 앉아 살던 과거도 있었지만 매번 강재하 덕분에 빠져나올 수 있었고 강재하의 지원 덕분에 이제는 진짜 잘나가는 배우가 될 수 있었다.
그 시각.
권해솔은 막 녹음을 마친 참이었다.
스튜디오 밖에서 그녀를 기다리던 장윤정이 손을 흔들며 달려왔다.
“빅뉴스! 드디어 확정 났어! 재이랑 같이 하는 그 작품, 계약 완료됐다고!”
장윤정이 들뜬 목소리로 계약서를 펼쳐 보였다.
“네가 맡게 된 역할은 주인공의 누나 역할이야.”
권해솔은 깜짝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
사실 어떤 역할이든 상관없었다.
그와 함께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뻤다.
“이 오디오북은 시리즈로 나올 예정이라 1부만 잘 해내면 계속 같이 갈 수 있을 거야.”
“언니, 걱정 마요. 일에선 진심으로 승부 보는 거, 저 잘하잖아요?”
자신감 있게 눈썹을 치켜든 그녀를 보며 장윤정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난 제작진이랑 계약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