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클럽에는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바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하하하!”
커다란 나이트클럽에서는 귀에 거슬리는 비웃음 소리로 가득했고 심지어 어떤 사람은 눈물까지 보였다.
“강하진이라고요? 그쪽이?”
“이봐요, 강하진은 경진의 전설 속의 인물이에요. 몇 년 동안 행방을 알 수 없던 사람이 왜 이곳에 있겠어요?”
손은서는 배를 움켜잡으며 요란하게 웃었다.
“지연 언니, 대체 언제 배우를 섭외한 거야? 연기력이 상당하네! 하하하!”
유시우는 미간을 구기며 혐오하는 눈빛으로 강지연을 보았다.
“강지연, 얼른 이 가짜를 쫓아내. 넌 창피하지도 않냐?”
동생은 나의 팔을 꽉 잡았다. 믿기지 않는 듯 두 눈에는 감격으로 가득 일렁거렸다.
나의 이마에는 어느새 시퍼런 핏줄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최선을 다해 분노를 참고 있었으니 말이다.
“진성훈이 오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 내가 누군지!”
나는 동생을 내 뒤로 숨기며 그들을 노려보았다.
“그전까지는 아무도 지연이한테 손끝 하나도 대지 못할 거야! 손끝이 닿는 순간 내가 전부 잘라 버릴 테니까!”
손은서는 바로 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하이고, 벌써 몰입하셨나 보네요. 그쪽이 정말로 강하진이 맞는다면 이렇게 혼자 다닐 리가 없잖아요. 안 그래요?”
나는 시선을 돌려 구석에 대기 시켜둔 경호원들을 보며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진성훈이나 얼른 불러와! 누나인 나를 아직도 사람으로 보고 있는지 직접 확인할 거니까!”
백혜미는 눈을 가늘게 접으며 나를 위아래 훑어보더니 입꼬리를 올려 픽 웃었다.
“그쪽이 뭔데 우리 대표님을 불러오라 말라 하는 거죠? 감히 우리 대표님 이름도 멋대로 부르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요!”
그러더니 태연하게 옥 팔찌를 만지작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거기, 당장 이 여자 잡아요!”
“나야말로 확인해 봐야겠어요. 대체 무슨 용기로 이런 일을 벌이는지!”
백혜미의 말에 건장한 남자들이 다가오며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희롱이 가득했다.
“네, 누님! 누님의 뜻대로 저희가 알아서 잘 벗겨 먹겠습니다. 속이든 겉이든 하나도 남김없이!”
말을 하면서 그들은 나와 동생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나는 바로 손을 올려 그들의 뺨을 갈구었다.
“감히 어딜 손을 대! 죽고 싶어?! 내 몸에 손을 대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이러는 거야?!”
뺨을 맞은 남자는 고개가 돌아갔다. 이내 흉악한 표정을 지으며 내 목을 졸랐다.
“씨X, 감히 기어올라?”
“오늘 내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널 혼내줄 거야!”
그러자 주위에서는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남자들은 저마다 음흉한 생각을 하며 나와 동생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중 어떤 사람은 심지어 핸드폰을 꺼내 영상을 찍고 있었다. 동생은 눈물을 흘리며 내 품에 안기려고 했지만 손은서가 동생의 머리채를 잡고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언니, 대체 어디서 저런 사람을 불러온 거야?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감히 여기서 난동을 부리다니.”
“쯧쯧, 언니도 그래. 평소에는 그렇게 청순한 척 굴어놓고 아이의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잖아?”
말을 마친 손은서는 그대로 동생의 뺨을 때렸다. 얼마나 세게 때린 것인지 동생의 입가에서는 피가 새어 나왔다. 나는 내게로 달려드는 남자를 발로 차고 동생을 구해주려고 했지만 커다란 손에 잡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경호원들은 인파 때문에 쉽사리 다가오지 못했다.
“쯧, 가짜 주제에 정말 몰입하기라도 한 거예요?”
손은서는 하이힐 소리를 또각또각 내며 힐 끝으로 동생의 턱을 꾹 눌렀다.
“당장 내 앞에서 무릎 꿇고 빌어. 그럼 내가 백 비서한테 네 가짜 언니 정도는 살려주라고 해줄게.”
동생은 눈물을 머금은 채 유시우를 보았다.
“시우야, 얼른 말려봐. 정말로 내 친언니란 말이야. 우리 언니 건드리면 너희 모두 후회하게 될 거야...”
유시우는 담담하게 소매를 걷어 올린 후 쓰레기 보듯 내 동생을 보았다.
“너만 아니었으면 저 여자가 이런 일을 당했겠어? 얼른 은서한테 무릎 꿇고 빌어.”
“얼른 무릎 꿇어! 안 꿇으면 지금 당장 옷을 벗겨버릴 거야!”
나를 제압하고 있던 남자들이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내 옷을 벗기려 했다.
“꿇을게! 제발!”
동생은 손은서의 앞에 무릎을 꿇고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면서 애원했다.
“제발, 부탁이야. 우리 언니한테 그러지 말아줘...”
나는 동생이 한번 또 한 번 차가운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고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비서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입구에 있던 경호원들도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아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내 얼굴을 훑어보는 백혜미의 두 눈에는 질투가 담겨 있었다. 어디에서 가져왔는지 모를 칼을 꺼내 내 얼굴에 가져다 댔다.
“얼굴이 참 예쁘네. 이런 예쁜 얼굴에 흉이 생기면 대표님이 과연 그쪽을 알아볼 수 있을까요?”
“언니를 건드리지 마!”
동생은 갑자기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진성훈이 오면 절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아직도 강씨 가문을 믿고 나대는 거예요? 저런, 강씨 가문은 이미 망해서 없어졌는데 어쩌나.”
백혜미는 동생을 보며 비웃었다. 그러면서 날카로운 칼날을 내 얼굴에 가져다 댔고 뜨거운 액체가 목을 타고 흘러내렸다. 백혜미가 한 번 더 내 얼굴에 칼을 가져다 대려던 순간 문이 벌컥 열렸다. 진성훈이 한 무리의 부하들을 데리고 들어온 것이다.
그는 내 동생의 얼굴에 가득한 멍과 내 얼굴에 생긴 상처를 본 것인지 순간 엄청난 기세를 내뿜었다. 주위 사람들은 등골이 서늘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