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고 나도 하려던 행동을 멈추었다. 딜러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동생의 허리춤에서 푸른 옥으로 빚은 인장을 확 잡아당겼다.
“운... 운수 인장?!”
놀란 표정을 짓던 딜러는 빠르게 핸드폰을 꺼내 진성훈에게 연락했다.
“대표님, 운수 인장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사장님께서 직접 확인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유시우의 안색도 좋지 못했다. 심지어 그의 품에 안긴 손은서마저도 입을 꾹 다물었다. 딜러의 입에서 나온 ‘대표님'은 바로 진성훈이었고 나의 아버지가 들인 의붓자식일 뿐이다. 나이로 따지자면 진성훈은 나에게 ‘누나'라고 불러야 한다.
이곳이 진성훈의 구역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나는 어느새 긴장이 조금 풀리게 되었고 다시 담담하게 비서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성훈의 비서인 백혜미가 도착했다.
“대표님께서는 곧 도착할 겁니다. 그 전에 제가 먼저 확인해 보죠!”
백혜미가 인장에 손을 뻗자마자 유시우의 품에 안겨 있던 손은서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어머, 이런 우연이. 그 하찮은 물건 나한테도 있네요!”
손은서는 가방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상자가 열리는 순간 사람들은 놀라고 말았다. 상자 속에도 똑같은 운수 인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제 것과 달리 지연 언니 것에는 스크래치가 있네요.”
손은서는 입꼬리를 씩 올리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저런 가짜인가 보네요.”
동생은 다급하게 말했다.
“그럴 리가! 이건 우리 언니가 직접 만들어 준 건데 가짜라니! 난 강하진의 친동생이야!”
동생이 말을 마치자마자 손은서는 크게 웃었다.
“내가 강씨 가문에 그렇게 오래 살았는데 지연 언니한테 언니가 있다는 건 처음 들어보네. 아무래도 거짓말을 하도 많이 해대서 자기도 현실인지 거짓인지 구분 못 하나 봐. 친언니가 있다니. 하하하!”
백혜미는 인장을 꼼꼼히 살펴본 후 공손하게 손은서에게 돌려주었다. 그러면서 동생의 말에 의문을 가졌다.
“강하진이 친언니라고요?”
백혜미는 거만한 얼굴로 동생을 내려다보았다.
“살면서 그런 이름은 처음 들어보네요.”
“진짜 운수 인장은 손은씨의 것이니 여러분들은 하던 일을 계속하세요.”
말을 마친 후 백혜미는 옆으로 자리를 옮기며 구경하려고 했다. 성질 급한 남자들은 바로 소리를 질렀다.
“얼른 해요! 내 아이라는 것에 2천만 원이나 걸었으니까!”
“맞아요! 검사가 끝나면 우리끼리 한 번 더 돌려먹을 생각이니까 얼른 해요!”
남자들은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무대 위에 있는 동생을 보았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벨트를 풀기 시작했다.
“내가 판돈을 더 걸지! 결과 나오면 바로 즐기는 거야!”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은 다시 한번 동생의 몸을 제압했다. 주삿바늘이 서늘한 빛을 내며 동생의 하얀 피부를 뚫고 들어갔다. 비서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지만 나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그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위로 올라간 뒤 의료 기기들을 전부 발로 차버렸다. 그러자 백혜미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쪽은 또 뭡니까! 감히 우리 진 대표님의 클럽에서 난동을 부리다니!”
백혜미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어진 나는 차갑게 픽 웃었다.
“나? 강씨 가문 강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