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9화
심해원이 천천히 눈을 뜨자 아직 잠에 덜 깬 얼굴의 한유설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요, 악몽이라도 꿨어?”
한유설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나직하게 묻자 심해원은 그런 그녀를 품에 끌어안으며 조용히 속삭였다.
“아니야, 괜찮아. 아직 일러, 더 자.”
한유설은 그의 목소리에 안도한 듯 다시 베개에 머리를 묻고 깊은 잠에 빠졌다. 창틈으로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들어오는 가운데 심해원은 그녀의 고운 얼굴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의 눈가에는 아쉬움과 슬픔이 어렴풋이 서려 있었다. 그는 결국 그녀를 더 꽉 끌어안으며 가슴속의 애잔함을 달랬다.
그의 머릿속엔 방금 꾼 세 가지 꿈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꿈은 너무도 현실 같아서 그의 마음을 심하게 흔들었다. 꿈속에서 자신이 한유설에게 보인 행동과 태도는 우주한이나 백도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하고 부족했다.
생각해 보니, 그는 단 한 번도 그녀의 진심을 물어본 적이 없었다. 그녀가 정말 자신과 함께하고 싶은지, 아니면 떠나고 싶은지조차 묻지 않았다.
심해원은 한유설을 좋아했다. 아니, 사랑했다. 그래서 놓아주기 싫었고 욕심을 부려서라도 그녀의 의사와 상관없이 평생 곁에 두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내면에선 두 개의 자아가 격렬히 충돌하고 있었다. 하나는 그녀를 자유롭게 놓아주라 했고 다른 하나는 끝까지 욕심을 부리라고 했다.
할아버지 생신날, 그는 결국 본가로 가지 않고 전화로만 축하 인사를 드렸다고 잡혀 있던 일정도 모두 취소했다. 그는 온시열에게 단 한 번의 기회조차 주고 싶지 않았다.
두 달이 흘렀다. 심해원은 마치 새장 속에 갇힌 새 같은 한유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행도 하고 놀러도 다녔지만 오직 꽃에 물을 줄 때만 환히 웃었다.
어느 날 오후, 심해원이 그녀에게 근처 별장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그녀는 별다른 반응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녀에게 장소는 큰 의미가 없었다.
보름 뒤, 별장의 수영장에서 심해원은 물에 빠져 놀란 한유설을 안고 밖으로 나오자 한유설은 불안한 듯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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