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1화
쉰 목소리로 그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맞아. 난 당신밖에 몰라.”
그의 한마디에 한유설은 온몸의 힘이 사르르 풀렸다.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그의 품에 파묻자 백도운은 그런 그녀를 부드럽게 안아 든 채 천천히 2층으로 올라갔다.
어느덧 이틀이 지났다.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옛 저택의 마당에 내리쬐고 있었다. 백인호는 방수복과 방수 장화를 입고 할머니 곁에서 작은 손으로 동물들을 씻기느라 분주했다. 동물들이 몸을 털어 물이 튀자, 백인호는 깔깔 웃으며 재빠르게 피했다. 그 귀여운 모습에 두 노인은 미소 지으며 아이의 얼굴을 다정하게 닦아주었다.
3층의 넓은 창가에서 잠옷 차림의 한유설이 먼 호숫가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따스한 햇볕 아래 여유롭게 몸을 누인 동물들의 털이 윤기 나게 반짝였다. 백인호는 할머니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건네며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한유설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절로 번졌다. 그 순간, 한 남자가 그녀의 허리를 포근히 감싸며 다가왔다. 백도운이 그녀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당신이 있어서 정말 좋아.”
반년 후, 그들은 매년 받는 정기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았다.
병원을 나서며 한유설은 아들의 손을 잡았고, 백도운은 한 손으로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며 차 열쇠를 눌렀다. 바로 그때, 맞은편 주차장에서 남녀가 언성을 높이며 싸우기 시작했다.
한유설은 걸음을 멈추고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백인호 역시 엄마와 똑같은 타이밍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백도운은 두 사람이 놀라지 않았는지 확인하다 문득 붕어빵처럼 닮은 두 사람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덩치가 크고 통통한 남자가 여자에게 분노에 찬 손짓을 하며 소리쳤다.
“독한 년! 감히 나한테 돼지 발정제를 먹여? 그것도 일 년 반이나! 내가 반드시 고소할 테니까 기다려!”
그러자 여자는 본색을 드러내며 매섭게 맞받아쳤다.
“돈만 아니었으면 누가 너 같은 난봉꾼하고 같이 살겠어? 결혼 전부터 밖에서 놀아나는 꼴만 봐도 속이 뒤집혔는데, 이제 와서 날 빈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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