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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한유설은 가까스로 목소리를 가다듬고 시선을 회피하면서 이렇게 한마디 던지고 나서 종종걸음으로 방문을 열고 서둘러 나갔다. 심해원은 그녀를 뒤따라가지 않았다. 그녀가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이렇게 말한 것이었다. 최근 들어 그는 늘 꿈에서 그녀를 봤고 때때로 그녀를 떠올리며 그녀의 일거수일투족까지 신경 쓰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자기의 마음을 따르기로 했다. 2층에 있는 심해원의 방문 앞에서 한유설은 계속 콩닥콩닥 뛰고 있는 심장의 박동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심해원... 무슨 뜻이지? 뭐 한번 해보자는 거야?’ 순간 그녀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한유설은 당황하기 그지없었다. ‘날 그렇게 싫어하던 사람인데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지?’ 한유설은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았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심해원이 악녀 조연인 자신에게 예전에 그녀가 말했던 노골적인 말을 시도하겠다니... 한유설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한 장면만 상상해도 귀가 달아올랐다. 그녀는 허둥지둥 2층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서 1층으로 내려갔다. 유다정은 밑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유설은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다가오는 유다정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유다정이 가까이 다가와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소스라쳐 놀랐다. 유다정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한유설을 바라보면서 심해원이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한유설은 자신을 부른 사람이 유다정인 걸 보자 상대하기 귀찮아졌다. “유설 씨...” 한유설은 유다정의 부름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금 그녀의 마음이 너무 혼란스러워서 유다정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오은지와 심해원이 유다정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결정할 수 없었고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줄 리라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심해원의 방에서 나온 후 한유설은 하루 종일 넋이 나간 상태였다. 그래도 다행히 일할 때는 큰 실수를 하지 않았다. 또한, 그녀가 다행이라고 생각한 건 심해원의 일상생활을 책임질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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