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전화벨이 한참 울렸지만 아무도 받지 않아 포기하려던 순간에 통화가 연결되었다.
“삼촌...”
“응? 왜 그래? 유나야.”
진수혁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마치 담배 연기와 비가 섞인 듯 묵직했다.
나는 순간 무언가를 깨닫고 물었다.
“삼촌, 목소리가 이상한데 무슨 일 있어요?”
“오늘 아침에 늦잠을 잤는데 일어나 보니 열이 심하더라.”
“열이요?”
내 목소리는 자기도 모르게 높아졌다.
나는 안절부절못하며 진수혁에게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
“삼촌, 어제 비 맞아서 감기 걸린 거예요.”
그때 그는 내가 감기에 걸릴까 봐 걱정하며 미리 감기약을 먹으라고 했었다.
늘 나를 먼저 생각했지만 정작 자신은 제대로 돌보지 않은 것이다.
‘그때 나도 감기약을 먹으라고 해야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너무 후회되었다.
진수혁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아마도. 오늘은 회사에 못 갈 것 같아. 무슨 일 있으면 네가 좀 처리해 줘.”
나는 당연히 가슴에 손을 얹고 약속했다.
“제가 잘 처리할게요. 삼촌. 먼저 몸 잘 챙기세요. 이따 저녁에 보러 갈게요.”
“몇 년 동안 혼자 지냈는데, 이 정도 감기는 혼자 해결할 수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상하게도 이 말을 들으니 마음이 아팠다.
진수혁은 진씨 가문에서 처음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대학 시절부터 사업에 매진하느라 명절에도 집에 올 시간이 없었다.
진수혁의 아버지는 토목일을 하셨지만 큰 도움은 되지 못했고, 지금까지 그는 늘 혼자서 고군분투해왔다.
그 자신도 제대로 돌봐주는 사람이 없는데 내가 회사에 오니 그는 나를 이곳저곳 챙겨주었다.
‘오늘 퇴근 후에는 반드시 진수혁을 보러 가야겠어.’
진수혁과 통화를 마친 후 사무실 문을 열자 진서후와 딱 마주쳤다.
우리 둘 다 놀라 서로를 빤히 쳐다보았다.
진서후는 사무실을 둘러보며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거만하게 물었다.
“우리 삼촌 어디 계셔?”
나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어른한테 어떻게 말하는 거야? 삼촌이 내가 네 숙모님이라고 했잖아. 나한테 존댓말 써야 한다고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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