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화
그래도 나는 웃으며 한다은 비서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책상을 정리하고 난 나는 서명이 필요한 서류를 들고 진수혁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문을 열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있는 진수혁과 마주쳤다.
상반신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그의 몸은 마치 고대 그리스 조각상처럼 완벽했고, 건강하고 힘찬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내가 너무 타이밍을 잘못 맞춘 것 같다고 생각하며 황급히 문을 닫으려 했다.
“죄송해요. 삼촌.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유나야?”
진수혁이 나를 불렀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이른 아침의 아름다운 첼로 선율처럼 유난히 섹시했다.
“들어와.”
“저...”
나는 조심스럽게 진수혁을 엿보았다.
검은 셔츠를 입은 그는 등을 돌리고 있음에도 완벽한 몸매 비율은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진수혁은 나의 당황한 모습을 보고 피식 웃으며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 다리를 꼬고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아까 치킨 가게에서 만져보고 싶다고 하지 않았었나? 지금은 쳐다보지도 못하네.”
순간 나는 괜히 농담한 것을 후회했다.
그저 진수혁이 더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 뿐인데 이렇게 빨리 그에게 역공을 당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삼촌, 제가 말했잖아요. 장난이었다고요. 제가 잘못했어요. 다시는 그런 장난 안 칠게요.”
진수혁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깊고 검은 눈동자 속에는 헤아리기 어려운 감정이 담겨 있었다.
나는 서류를 책상 위에 놓고 말했다.
“삼촌, 여기 서명하실 것들이 있어요. 먼저 살펴보세요.”
진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으로 책상을 가리켰다.
“왼쪽 두 번째 서랍에 감기약이 있어. 얼른 하나 먹고 예방하자.”
“네? 비도 별로 안 맞았는데 감기 안 걸릴 거예요.”
“예방 차원에서. 유나, 착하지?”
진수혁은 늘 이 말을 좋아했다.
떠올려보니 어린 시절에도 그는 이렇게 나를 달랬다.
진서후가 나를 울렸을 때마다 그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유나야, 착하지? 울지 마. 삼촌이 혼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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