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치킨이 나오자마자 나는 정신없이 먹으면서 진수혁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배불러서 다 못 먹을 줄 알았는데 금세 빈 접시만 남기고 다 먹어치웠다.
이때쯤 비도 거의 그쳤다.
나는 휴지로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삼촌, 가요.”
진수혁이 내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잠깐만.”
나는 의아하게 그를 돌아보았다.
“왜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진수혁의 손이 뻗어오더니 손가락 끝으로 내 입가를 부드럽게 쓸었다.
그는 깊고 그윽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는데 그 뜨거운 눈빛에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진수혁이 뭘 하려는 거지? 왜 내 입술을 계속 만지는 거지? 설마... 나에게 키스하려고?’
얼굴은 또다시 달아올라 나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삼촌, 저기...”
“입가에 케첩이 좀 묻었네.”
그렇게 말하는 진수혁의 눈가에는 미소가 가득했고, 다른 감정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나를 보는 그의 눈은 늘 반짝거렸는데 마치 추운 겨울바람에 만난 따뜻한 햇살 같았다.
순간 나는 그가 나에게 키스하려던 게 아니라 케첩을 닦아주려던 것이라는 걸 깨닫고 스스로에게 몇 대씩 때려주고 싶었다.
‘종일 대체 무슨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거야? 진수혁은 내가 자라는 걸 봐 온 사람인데 나에게 무슨 감정이 있겠어?’
“고마워요. 삼촌.”
진수혁과 함께 치킨 가게를 나서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조금 쌀쌀한 느낌에 진수혁을 돌아보니 그의 옷은 아직 젖어 있었다.
“삼촌, 얼른 집에 가서 옷 갈아입고 와요. 저는 먼저 회사로 갈게요.”
“사무실에 여벌 옷이 있어. 가서 갈아입으면 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진수혁은 정말 일에 미친 사람이라 단 1분도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는 해가 나와 따뜻한 햇볕이 우리를 비췄다.
우리는 각자의 사무실로 향했다.
헤어지기 전에 진수혁이 나에게 당부했다.
“이따가 내 사무실로 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서로서 진수혁의 지시를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무실 안에는 한다은 비서가 서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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