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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경원시에는 결혼 전에 어머니가 딸을 데리고 영인사에 가서 점을 치는 풍습이 있었다. 송서아는 갈 생각이 없었다. “엄마, 저 재혼인데, 재혼은 안 가도 되지 않아요?” 최애라는 송서아를 사랑스럽게 흘겨보며 말했다. “바보 같은 소리. 초혼이든 재혼이든 너에게는 인생의 중요한 일인데, 당연히 가야지!” 송서아는 최애라의 팔짱을 끼고 어깨에 기대며 말했다. “역시 엄마밖에 없어요.” 최애라는 송서아를 흘끗 보며 말했다. “서아야, 이런 애교를 원우 앞에서 좀 부려 봐. 남자들은 원래 살갑고 애교 있는 여자를 좋아하거든. 넌 원우한테 너무 딱딱하게 구는 것 같아.” 딸은 분명 똑똑했다. 뭐든 금세 해내고 심지어 어려운 유화도 척척 그려냈지만 남자 앞에서는 유독 숫기 없는 소녀처럼 굴어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최애라는 걱정을 감출 수 없었다. 송서아는 조금 전의 애교는 싹 거두고 맑은 얼굴에 약간의 긴장감을 드리웠다. 김원우의 품에 안겨 애교를 부릴 생각을 하니 왠지 모르게 쑥스러웠던 것이다. 그런 속마음을 눈치챈 최애라는 씁쓸하게 웃으며 송서아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래, 엄마도 너희가 아직 어색한 거 알아. 강요는 안 할게. 다만 네가 앞으로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뿐이야. 천천히 해도 괜찮아.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송서아는 솔직하게 말했다. “엄마, 저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한데요.” 최애라는 송서아의 코를 살짝 긁으며 말했다. “여자들은 항상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법이야.” 송서아는 화제를 돌려 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다. “아빠 일은 어떻게 되어가요? 내일 결혼식인데...” 그녀는 말을 멈췄다. 이렇게 좋은 날에 슬픈 이야기를 꺼낼 필요는 없었다. 송정호 일은 업계 최고의 변호사를 선임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결과는 없을 것이었다. 그러니 아빠가 결혼식에 와주길 바라는 건 그저 욕심일 뿐이었다. 그녀는 말을 돌렸다. “아빠 일도 곧 재판인데 잘 됐으면 좋겠어요.” 최애라는 송서아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뻔히 알고 있었다.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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