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폭우가 지나간 경원시는 맑고 푸른 하늘을 자랑했다.
시내 중심가의 최대 규모 백화점.
주차장 안에서 운전기사는 조심스럽게 뒷좌석 문을 열고 허가윤을 보호해주며 안에서 내리게 했다.
민채원은 일찌감치 차에서 내려 허가윤을 맞이하기 위해 손을 뻗고 있었다.
허가윤의 배는 어느덧 불룩하게 나왔다.
원래라면 편안한 임산부복을 입어야 했지만 허가윤은 오히려 정반대로 행동했다.
자신의 임신한 배를 가장 잘 드러내는 옷으로 골라 입은 것이다.
겨우 석 달 남짓 된 배가 마치 네다섯 달 된 것처럼 부풀어 보였다.
허가윤은 눈을 가늘게 뜨고 민채원을 향해 애교 섞인 미소를 지으며 차에서 내렸다.
“어머님, 저한테 너무 잘해주시는 거 아니에요? 이렇게 고급진 백화점은 안 와도 되는데, 비싸기만 했지 가성비도 별로잖아요. 굳이 여길 데려와 주셨네요.”
말은 이렇게 해도 속으론 누구보다 만족스러워하는 그녀였다.
민채원은 박씨 일가의 대부분 자금을 관리하고 있었다. 이 집안의 두 아들도 회사에서 일하며 금전적으로 자유로웠지만 박서준은 전부터 사치를 부리거나 명품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허가윤은 자신의 욕구를 숨기기 위해 과거에는 물욕이 없는 척했지만 너무 오래 연기하는 것도 지쳐만 갔다.
그녀도 부잣집 사모님처럼 비싼 한정판 가방을 들고 친구들과 오후 티타임을 즐기고 싶었다.
민채원의 시선은 허가윤의 배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입이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
“바보야, 당연히 우리 가윤이한테 잘해줘야지. 오늘 우리 손주까지 데리고 신나게 쇼핑할 거야. 의사 선생님 말이 맞아. 산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건강해. 엄마는 우리 가윤이가 매일 행복했으면 좋겠어!”
고부가 나란히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고 그 뒤에는 두 명의 경호원이 따라붙었다.
박씨 일가에서 이 소중한 손자를 얼마나 아끼는지, 어떠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충분히 보였다.
지하 주차장에서 1층으로 올라오자마자 허가윤은 H 브랜드 매장으로 직행했다. 그녀의 발걸음이 빨라지자 몇 걸음도 가지 않아 민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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